그는 “사장이 머슴같이 일하고 직원이 대표이사처럼 일한다면 그 회사의 장래는 밝다”고 말한다. 그는 초면의 기자를 만나고선 대뜸 자신의 책상 앞에 걸려 있는 대형모니터를 가리키며 회사소개 동영상을 볼 것을 주문한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직접보면 백마디 말보다 낫다고 한다.
하루 일정이 빡빡하게 적힌 그의 아이폰을 보면서, 시원스런 성격에 정많은 그를 보면서 “이사람 큰일 내겠구나”라는 생각을 혼자 한다. 용산구 원효로 청진빌딩에서 영주 토박이 그를 만났다.
정보통신 기반 환경설비 전문업체로 업계 1위
전국 최다수준 면허보유… 협력사만 500여개
-무슨 일정이 그리 많으세요?
▲(빽빽하게 메모된 아이폰을 보여주며)새벽 5시만 되면 집을 나옵니다. 각종 조찬세미나에는 빠지지않죠.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혼자만의 지식으로는 대응할 수가 없죠. 지식을 구하러 가는거죠, 아니 끼니를 찾아 나서는 거죠. 사업은 사람이 하는 것입니다. 인적네트웍이 그래서 중요하다고들 하지요.
-고향이 영주인데, 고향을 떠난 계기가 있었나요.
▲영주 중·고등학교를 나오고 재수를 핑계로 상경했지요. 당시 할아버지는 도산서원 원장을 하는 등 유명하신 한학자였어요(자신의 컴퓨터에서 조부모님의 생전 사진을 보여주며). 대학진학의 부담이 그만큼 컸지요. 그런데 덜렁 취직을 했지요. 1년 6개월 직장생활을 하다 아주대 경영학과에 입학했지요.졸업은 했지만 나이도 있어 대기업 취업은 어려웠고 대학시설부터 꿈꿔 온 사업을 시작한거죠.
-지금의 회사를 소개하신다면.
▲정보통신을 기반으로 하는 환경설비 전문업체죠. 이른바 토탈 솔루션이죠. 전기, 정보통신, 기계설비, 장비 등을 총 망라하죠. 회사규모는 작지만 업계에서 1위를 하고 있어요. 국내 이 분야에서는 우리회사가 최다면허를 보유하고 있죠. 직원들 모두 기술자고요. 협력사만 400~500여개 됩니다. 지난해 회사창립 20주년이었죠. 국회 중앙서버룸 구축공사, 근로복지공단 재해복구시스템, 국방부 국방통합재정정보시스템, 국세청 현금영수증시스템, 행정자치부 5개광역시 재해재난종합상황실 구축공사 등 주로 정부기관의 일이 많지요.
-서울생활중 가장 힘들었거나 보람있었던 일을 기억한다면.
▲가장 힘든 일이란 역시 회사 부도죠. 대학졸업 직후 친구와 인테리어업을 했지요. 사업의 첫 출발이었는데 실패했죠. 어렵게 재기했지만 또 부도가 났죠. 총 3번의 부도가 났어요. 가족들 데리고 야반도주를 하기도 했어요. 도피가 아니라 빚을 갚고 재기하기 위한 최선책이었어요. 그래서 수도없이 이사를 했어요. 지금 큰애는 돈이 없어서 유치원도 못보냈어요. 사업에 대한 경험부족에다 사람이 좋아 부실채권이 많았어요. 사람을 너무 믿은게 문제였죠. 보람있었던 일이라면, 지금 가족같은 직원들과 회사를 키워나가고 있는 것이죠. 그리고 고향사람들, 학교후배들에게 경제적으로 작은 도움이라도 줄수 있다는 거죠.
-개인자격으로 지급하고 있는 장학금이 있다고 들었는데요?
▲부끄럽습니다만 `이강기 장학금`이죠. 아주대 경영학부 후배들을 위해 제이름의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죠. 매학기당 250만원이죠.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학업을 포기하거나 지장을 받아서는 안된다는 생각이죠.
-향우회 활동이 남다르다고 하던데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29살때부터 사업을 하면서 향우회 일이 최고 먼저였죠. 하지만 향우회에선 지금도 제가 막내벌입니다. 후배들이 활동을 안해요. 그렇다보니 제가 온갖 일을 다해야 하죠. 영주중·고등학교는 물론, 대학 대학원 등 모임마다 감투를 쓰고 있죠. 사람좋아하는 성격을 바꿀수가 없네요.
-이제 추석연휴가 시작되는데, 고향엔 가셔야죠.
▲당연히 가야죠. 10일쯤 내려갈 계획입니다. 고향에는 팔순의 어머님과 형님이 계시죠. 형님은 그야말로 농사꾼입니다. 형제가 2남3녀인데 형님이 사실상 제겐 아버지죠.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면서 형님이 저를 키운거죠. 고향집을 제손으로 지어드리긴 했지만 여전히 빚만 지고 있어요.`고향`하면 형님이 먼저 떠올라요.
-인생관 또는 좌우명을 소개한다면.
▲특별한 것은 없어요. 경상도 말로 “니 만나서 좋다”란 말을 듣고 살고 싶어요.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사람, 사람들에게 행운을 가져다 주는 사람이 되고 싶은 거죠.
-고향 선후배들에게 한마디.
▲넉넉한 추석이 되길 기원합니다. 특히 고향을 떠나 상경하는 후배들에게는 따뜻한 밥한끼 먹일 수 있고, 의리있고 인정미 있는 경상도 사람이 되길 저부터 약속합니다.
/이창형기자 chlee@kbmaeil.com
△영주중·고등학교졸업, 아주대 경영학과 졸업, 고려대 노동대학원·정책대학원 최고위과정 수료, 씨피아이솔루션 대표이사, 서울상공회의소 중소기업위원, 고려대총교우회 상임이사, 재경영주중 26기 회장, 재경영주고동문회 운영위원장, 아주대 안동·영주향우회 고문, 아주대 CEO포럼회원, 중앙공무원교육원 제2기민관합동 CEO정책포럼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