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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15만원 못버는 주차관리 어르신

권광순기자
등록일 2011-09-07 21:06 게재일 2011-09-07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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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노상주차장 운영허술 노인들에 덤터기 씌워

【안동】 안동시 시설관리공단이 시행하는 공영주차관리가 제기능을 못한 채 `오락가락`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생계가 막막한 기존 노상유료주차장 개인 관리자들을 배제하고 직영으로 전환해 물의(본지 2010년 5월16일자 9면 보도)를 빚은 안동시 시설관리공단.

당시 공단측은 공영유료주차장을 운영 중인 개인 관리자들의 주차서비스 개선을 위한다는 직영명분을 내세웠지만, 계약해지 통보만으로 아무런 대책도 없는 장애인, 노인 등 사회 약자들은 갈 곳을 잃어 원성이 자자했다.

그랬던 공단이 올 2월부터 슬그머니 입찰이나 수의계약 방식으로 전환하면서 수익성이 전혀 없는 곳에 노인들을 배치해 돈벌이에만 급급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지난 1일 도심 외곽지역 안동시 동문로 일대 한적한 노상유료주차장.

1993년부터 지난해 5월까지 18년 동안 전 가족의 생계를 유지했던 이필희(68) 할머니의 일터였다. 이 할머니는 갑작스런 계약 만료 통보를 받고 쫓겨났다. 주민들에 따르면 현재 그 할머니는 이 마을 저 마을을 돌며 품삯 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던 그곳에 최근 30도가 웃도는 늦더위에도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비지땀 흘리는 여든 가까운 노인이 지키고 있다. 이재교(79) 할아버지다.

할아버지는 공단으로부터 수의계약을 통해 올 3월부터 이곳에서 주차장 관리를 하며 어렵사리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할아버지가 이날 온종일 번 돈은 고작 8천500원. 오전 10시에 출근해 오후 7시까지 땀 흘린 대가다.

그렇다고 모두 할아버지 수입의 전부가 아니다. 이미 납부한 낙찰금액, 세금, 보험료 등 총 180여만 원을 제하고 나면 결국 한 달 평균 12~14만 원을 벌어들이는 사업가인 셈이다.

공단규정에 따라 추석, 구정 외 휴일도 없는 그곳에서 할아버지는 겨우 주차장 10면을 관리한다. 거동도 불편한데다 100여m나 되는 주차장 양끝을 오가기가 불편해 요금을 떼이기 일쑤다.

요금도 요금이지만 할아버지는 태양이 뜨겁게 내리쬐는 주차장 맞은편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 자리는 주차장 전체 관리에 적절한 양방향 대각선으로 잘 보이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할아버지의 딱한 사정에 인근 주민들도 애써 그만두라고 종용해 보지만 모두 허사였다. 수년 전 부인과 사별한데다 아들까지 실직하는 바람에 용돈 줄 사람이 없기 때문이란다.

사정이 이러하자 최근에는 할아버지를 상대로 속이는 사람들이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어제는 이웃 지영이네가, 오늘은 병철이네 아저씨가 할아버지에게 거짓 주차비를 주고 있다. 그들은 주차도 안했으면서 수 일전 요금을 안내고 갔다며 거짓으로 돈을 주는 것이다.

이 사실을 전혀 모르는 할아버지는 “사람들이 모두들 얼마나 양심이 바른지 일주일 전의 요금부터 3일 전 요금까지 양심껏 자진납부를 하니 분명히 좋은 세상인 게지요”라며 흐뭇해하신다.

최근에는 늦더위에 지친 할아버지를 도우려 하는 이웃 할머니까지 생겨났다. 혹시나 더위에 쓰러질까 봐 수시로 수박냉채에 시원한 얼음 식혜도 나르는 이웃도 생겨났다. 할아버지가 어쩌다 몸이 아파 결근을 할 때는 무슨 일 있을까 오히려 주민들이 걱정한다.

김모(53·여)씨는 “지난해에는 생계가 막막한 주차장 위탁 할머니를 일방통보로 내쫓더니 지금 와서야 수익성이 전혀 없는 곳에 돈을 받고 유상으로 전환한 이유가 뭐냐” 며 “당국이 연로한 노인을 앞세워 돈벌이에만 급급한 것 같다” 며 안타까워했다.

안동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문제의 구간이 수익성이 없는 것은 사실이다. 나이 제한도 없는데다 극구 말렸지만 노인 스스로가 하고 싶다고 해서 준 것 뿐이다”고 해명했다.

/권광순기자 gskwo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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