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머리를 처박고 싶은
생이 겨울 연못처럼 고적할 때가 있다
고요의 내면엔 독이 가득하다 독 있는 자들은 자신을 먼저 독에 묻는다 손대지 말라 나는 이미 위험하다 나를 가둔 얼음 연못 잎 진 나무의 가지들이 헝클어진 길을 그리고 있다
언 연못 함부로 건들지 말라
모든 사랑은 치명적이다
세상이 온통 독(毒)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이 인식의 바탕을 이루는 작품으로 얼음, 고요, 사랑 같은 순백의 이미지가 이 시를 지배하는 것 같지만 실상은 그 속의 독(毒)에 대해 말하고 있다. 시적화자 자신도 이미 독을 품은 위험한 존재임을 밝히고 있다. 세상의 모든 사랑마저도 치명적인 독에 감염되어 있음을 말하는 역설이 눈부신 시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