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이라 하면, 많은 시간을 한곳에 모은다는 뜻이 된다. 시간을 아우르는 장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대구 수성아트피아가 내달 22일까지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기념 특별기획으로 전관에서 마련하는 강익중 ·권정호 ·전수천 3인전은 우리가 갖고 있는 이러한 시간이해를 세계인들의 한마당에 조준시킨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일찍이 세 작가들은 국내외를 넘나들면서 우리의 고유한 시간의식을 형상화하는 데 앞장서 왔다. 이번 기획전을 계기로 그들의 시간이해를 세계인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자 하는 것이다.
△강익중
강익중은 1980~90년대 가난했던 시절에 시작한 지하철에서의 3인치 작품을 비롯해 1990년대를 거치는 과정에서 시도한 인간군상을 포함한 다양한 시간 이미지들의 융합은 물론, 2천 년대의 오늘에 이르는 시기에도 줄곧 시간의 파편들을 빌려 평화와 통일을 이야기해 왔다. 이번 출품작`함께`, `팔공산에 뜬 달`, `산 바람` 역시 시간의 파편들을 조합한다. 그는 어린 시절의 기억 속에 잔존하고 있는 달과 산을 현재의 시간과 조우시킨다. 달항아리가 여전히 주요 기표다. `달항아리는 하늘의 이야기다` `달 그릇은 우리들의 모습이다` `원래는 둘이지만 불을 뚫고 나온 뒤 하나로 합쳐졌다. 나눌래야 나눌 수 없는 한 형제, 한 하늘, 한 그릇이요, 우리의 이야기다`를 기의로 해서다. 평면 작품 `함께`는 시간의 파편을 상징하는 수십 개의 요철의 조각으로 된 큰 달항아리를 보여준다. 설치작품인 `팔공산에 뜬 달`에서는 대구 팔공산을 실제로 재현하고 중턱에 포석정 형태의 순환펌프를 이용한 수로에 3백여 개의 미니어처 도조 달항아리를 띄워 달항아리에 물의 영상이 그려지게 해서 자연 그대로의 산수화를 연출한다. 벽면작품인 `산 바람` 역시 수천 개에 달하는 3×3인치 미니어처 산을 연결시켜 세계가 하나의 땅으로 연결되고 하나의 바람으로 이어진다는 걸 상기시킨다.
△권정호
권정호 역시 1980년대 중반이래 한결같이 생명체의 탄생과 소멸이라는 시간의 분신들에 관심을 쏟아왔다. 그가 주목하는 시간의 분신들이란 허허공공한 인골들이다. 그는 25년여를 인골의 의의에 관심을 갖고 회화의 주요 소재로 삼아왔다.
이번 전시에는 지난 해 개인전에 이어 페인팅 대신 풀을 먹인 젖은 닥으로 인골의 형상을 만들어 두피(頭皮)가 뚫리고 성긴 틈새를 드러내는 반투명한 인골들을 4천300여개를 조합하는 거대한 큐브를 등장시킨다. 인골을 담은 박스가 무려 68개나 되고 높이와 폭이 각각 5m다. 여기에 색상을 띤 조명을 가함으로써 가상적 존재로서의 거대 인골집단을 연출한다.
그는 인골을 기표로, 현대인이 앓고 있는 상실의 세계를 보이기 위해 보이지 않는 시간의 경계에 주목한다. 시간의 경계를 가시화하려는 데는 비명시적이고 열려 있는 인골이 안성맞춤이다.
여기에 투명색조의 조명을 가함으로써, 일체가 `공空할 뿐 아니라, 단지 시간의 편린 속에서 생멸한다는 걸 보이고자 한다.
그 결과는 대단히 극적이다. 실재와 가치의 부재를 그 반대급부에서 가장 화려한 공허를 빌려 연출하는 데서다.
△전수천
전수천은 일찍이 시간과 차이들의 세계에 주목해왔다. `시간의 추적``시간 속의 현실`을 거쳐 근자의 `사물에서 차이 읽기`에 이르렀다. 이번 기획전에 출품하는 `들숨`, `날숨`, `시간읽기`는 그의 긴 시간탐구 여정의 압축판이라 할 수 있다. 그의 `들숨`은 과거의 시간을, 그리고 `날숨`은 미래의 시간을 이야기한다.
`들숨`은 커다란 정육면체의 큐브로 제작됐다. 그 중 한 점은 지름이 4mm에 길이가 12cm인 미니어처 철봉 십만 개를 알곤 용접한 작품이다.`들숨`이 들이마시는 신체의 시간행위라면, `날숨`은 신체가 시간적으로 호흡을 뿜어내는 동태를 상징시킨다. 음료수 빨대 7만 여개를 조합한 위에 역시`들숨`과 같은 방법으로 전자 문자메시지를 추가하고 셀들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배려한다.
`시간읽기` 역시 이러한 맥락의 것이다. 철판 위에 녹슨 못을 소재로 시간 속에서 맞물려 가는 사물들의 이야기를 말하고자 한다. 일괄해서 그의 근작들은 신체를 매개로 시간읽기를 시도하지만 1990년대 `행성의 탄생`, `행성의 꿈`, `토우`에서와 같이, 여전히 우주를 향한 우주적 시간을 상징하는 완만하거나 가파른 곡선들과 벡터들을 주요 기표로 등장시켜 작품의 모티브로 삼고 있다.
문의 (053)668-1566.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