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의 존망이나 생사에 관한 처지를 말하며 인간을 포함한 우주의 일체를 지배한다고 생각되는 필연적이고도 초인간적인 힘을 가리켜 운명이라 한다. 그리고 날 때부터 정해진 운명을 숙명이라 한다. 인간은 운명앞에 손을 놓고 복종하기를 결심한다. 그러나 운명은 용기있는 자를 사랑하며 운명보다 강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동요하지 않고 운명을 짊어지는 용기이다. 사람은 자기의 운명을 자기 자신이 만든다고 생각한다. 보통 사람들은 운명에게 과도하게 바라기 때문에 스스로 불만의 씨앗을 싹트게 하고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많은 철학자들은 운명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함수관계를 예언하면서 인간 스스로가 운명을 지배할 것을 강요하고 있는 편이다. 밝혀진 몇가지 명언으로서는 운명의 여신이 미소를 보낼 때는 만심을 두려워 하며 운명이 등을 돌릴 때는 절망을 무서워 하라고 했다. 운명의 여신은 언제나 자기 눈에 드는 자만을 귀여워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수사학자 몽테뉴도 “운명은 우리를 행복하게도 불행하게도 만들지 않는다. 다만 그 재료와 씨를 우리에게 제공해 줌으로써 개척하라”고 한다. 그래서 운명의 신은 빛이 물체의 모습을 드러나게 하는 것처럼 우리 미덕과 악덕을 드러나게 한다. 그리고 만면에 미소를 짓고 가슴을 드러낸 요염한 모습을 보여 주지만 그것은 단 한 번뿐이라 한다. 인간의 기대치대로 운명은 받아들이는 사람은 이끌어 주고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은 끌어당긴다는 것이다. 사람은 제각기 자기의 지은 죄를 십자가처럼 달고 다니고 운명도 목에 걸고 다니며 산다. 그래서 인간의 운명은 자기 가슴 속에 깃들여 있다는 것이다. 인간은 자기 일생을 스스로 개척해 나간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마음의 밑바닥에서는 운명에 거역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철학자 쇼펜하워는 “운명이 카드를 섞고 승부는 인간이 한다”고 했다.
/손경호(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