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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미혹이가 좋아...이 규 옥

윤희정 기자
등록일 2011-08-12 21:06 게재일 2011-08-12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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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혹아, 노올자!

쉿, 불혹이는 깨우지 마!

양지쪽에서 마냥 졸게 놔두고

미혹아, 우리끼리 놀자?

네 깔깔거림이 나는 좋아

네 깡총거림이 너무 좋아

불혹이 몰래 우리끼리 놀자?

하늘가에 노을이 물들고

달무리가 번질 때까지

미혹아, 우리 함께 놀자

별빛마저 가물거리고

눈앞이 감감해질 때까지

맴돌 듯 미로를 돌고 돌아

막다른 골목과 맞닥뜨릴 때까지

너랑 나랑 재밌게 놀자

그 막다른 골목집에서

아가, 이제 집으로 돌아와야지

어머니가 나를 부를 때까지

어지럼증은 엄숙함과 침착함을 재우고 다양한 생의 욕망에 발랄하게 마음을 열어놓을 때 생겨나는 증상이다. `깔깔거림`과 `깡총거림`의 행위가 암시하듯 그것은 명랑한 춤사위 속에서 만들어진다. 여성 억압의 현실 속에서 그것은 `미로를 돌고 돌아`야 하는 운명 속에 놓여 있으며 `눈앞이 감감해질 때`를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에서 생겨난다. 현실의 억압을 만들어낸 가부장적인 질서에 항거하는 시정신을 읽을 수 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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