쉿, 불혹이는 깨우지 마!
양지쪽에서 마냥 졸게 놔두고
미혹아, 우리끼리 놀자?
네 깔깔거림이 나는 좋아
네 깡총거림이 너무 좋아
불혹이 몰래 우리끼리 놀자?
하늘가에 노을이 물들고
달무리가 번질 때까지
미혹아, 우리 함께 놀자
별빛마저 가물거리고
눈앞이 감감해질 때까지
맴돌 듯 미로를 돌고 돌아
막다른 골목과 맞닥뜨릴 때까지
너랑 나랑 재밌게 놀자
그 막다른 골목집에서
아가, 이제 집으로 돌아와야지
어머니가 나를 부를 때까지
어지럼증은 엄숙함과 침착함을 재우고 다양한 생의 욕망에 발랄하게 마음을 열어놓을 때 생겨나는 증상이다. `깔깔거림`과 `깡총거림`의 행위가 암시하듯 그것은 명랑한 춤사위 속에서 만들어진다. 여성 억압의 현실 속에서 그것은 `미로를 돌고 돌아`야 하는 운명 속에 놓여 있으며 `눈앞이 감감해질 때`를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에서 생겨난다. 현실의 억압을 만들어낸 가부장적인 질서에 항거하는 시정신을 읽을 수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