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없는데
다만 강둑에 앉아
흐르지 않는 시간을 견뎠을 뿐인데
수 만평 갈대밭이 자꾸 따라 온다
그늘 수 만평이 따라 온다
늙은 바람이
갈대의 몸 속에서 꺽꺽
울을을 꺾는다
저 울음의 뿌리를 적실
광활한 눈물이 나에겐 없는데
다만 한 사람을
수 만 번 겼뎠을 뿐인데
용서라는 말의 몸피에서
아직도 비린내가 배어나오는
그곳에 혼자서 갔을 뿐인데
가끔씩 하구의 갈대숲을 보러갈 때가 있다. 하구로 몰아치는 비바람 속에서 쓰러지지 않고 견디는 그 쓸쓸한 견딤을 보기 위함이었는지 모른다. 숱한 바람에 쓸리면서 무너지지 않고 수많은 아픔을 속으로 쟁여넣으며 견디는 저 푸른 갈대들을 바라보면서 시인은 자신과 사람의 마을을 건너다 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