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양파 수확철이 왔다. 그동안 양파밭에 왕래하며 들인 공을 생각하면 양파가 아니라 금파여야 마땅했다. 비록 시중에 나오는 양파보다 알도 작고 전체 수확도 얼마 되지 않았지만 정말 기뻤다. 내가 심어 물 주고 비바람 막아주고 이렇게 키웠으니 반찬거리도 좋지만 아주 천정에 매달아놓고 싶을 정도였다.
동네 시장에서 씨알 굵은 양파 여남은개씩 담아 놓은 양파를 보고 얼마냐고 물어 보았다. 천원이라 했다. 천원? 내 귀를 의심했다. 만원이 아니고, 5천원도 아니고, 단돈 천원이란다. 그럼 내가 수확한 양파는 모두 얼마어치나 될까? 그걸 구태여 화폐로 환산하려던 세상 물정 모르는 스스로가 한심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분하기도 하고 어떻게 생각하니 어처구니없기도 했다.
100년만의 폭우라며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역에 기록에도 없는 물폭탄이 쏟아지더니 전국의 농산물값이 들먹인다. 지난달에는 시내버스 요금에다 지하철요금이 그동안 몇 년 동안 동결됐다며 오르더니 라면값 과자값 빵값에다 전기료까지 줄줄이 오르고 있는 판이다. 그런데 다른 것은 다 올라도 괜찮고 농산물은 오르면 안 된다는 논리는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대형 소매점들이 농산물 가격 인하 경쟁에 나섰다고 한다. 이마트는 배추와 상추, 열무 등 제철 채소를 50% 인하해 판매한다고 선전해댄다. 롯데마트도 애호박을 시중가보다 50%, 대파는 정상가보다 40% 싸게 판매한다고 했다. 도대체 가격이 얼마나 올랐나 싶어 유심히 살펴봤다. 채소류 도매가격이 한 달 전보다 배추는 194%, 상추는 75%, 대파는 40% 올랐다는 것이다. 문제는 폭우 등 이상기후로 농산물 작황 부진으로 공급량이 줄어든 데 따른 가격의 고공행진이 계속될 것이라는 농촌경제연구원의 예고다.
이명박 대통령까지 나서서 물가 안정을 강조하자 5일 13개 물가 관계부처장들이 서울 농수산물유통공사에서 물가관계장관 대책회의를 했다. 중앙정부청사 아닌 현장에서 농산물 수급 안정 대책을 논의한 것도 파격인데다 박재완 기획재정부장관이 서민생활과 직결되는 농산물 가격 급등을 막겠다고 했으니 마치 농산물이 물가의 원흉이라도 되는 모양이다. 지난 주엔 우기종 통계청장이 서울시내 대조전통시장을 찾아 20개 농산물 품목을 직접 사면서 물가 동향을 파악하는 소동을 벌였다.
과연 농산물이 물가 인상의 주범인가. 농산물 가격을 잡으면 물가를 잡을 수 있다는 말인가. 따져봐라. 장마와 폭우로 배추 생산량이 줄어들었다지만 10kg당 5천650원(가락시장, 7월말 기준)이다. 6월보다 157% 오른 가격이다. 그래봤자 10kg당 1만원 내외다. 열무나 대파나 오이나, 많은 농산물의 가격을 봐라. 그리고 농부들의 땀과 수고를 생각해봐라. 다른 상품에 비하면 요즘 말로 얼마나 착한지.
`배부른 소리`라고 비아냥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지난 해 가을 배추파동을 생각나게 한다. 배추, 국으로 끓여 먹고 쌈 싸먹고 김치 담가 먹고, 아무리 먹어도 1만원어치면 3인가족이 몇 끼 식사를 할 수 있다. 물론 배추만 먹을 수는 없겠지만. 다른 농산물도 마찬가지다. 무는 18kg당 도매가격이 7월의 2배나 올라 2만5천원을 예상한다. 그런데도 물가당국이 배추와 무는 할당관세를 부가해서 9월말까지 관세 없이 수입키로 했다니, 왜 농산물은 오르면 안 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