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까치집 한 덩어리가
잎 진 미루나무 높이
시꺼멓게 걸렸다. 도대체
어떤 결말이
하늘 입구에다 외딴 구멍을 내놨나
바깥 사방이 흉흉하겠다
삼켜버리고 싶은 과거는 맛이 없다. 대개
거칠고 쓴데, 저기
들어가 웅크리는 슬픔은 또
누구인지. 언제
둥근 종소리 날까
그렇게 한번 깊이 울고
전소되겠다.
누군가 살다 떠나 이제는 흉가가 되어버린 집. 그 옆 잎 다 진 미루나무의 빈 까치집 다를 게 하나도 없는 흉물스럽고 온기가 없는 을씨년스런 폐허의 공간이다. 사람도, 사랑도 마찬가지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드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런 흉가가 되어가는 황폐한 사람들과 사랑을 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