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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봉정사 극락전

영남이공대학 교수
등록일 2011-07-21 20:18 게재일 2011-07-2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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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년된 봉정사 극락전의 가구(架構), 예비건축가들의 극락전 현장답사
건축과 학생들과 함께 안동 봉정사에 답사를 다녀왔다. 벌써 30년 째 학생들과 함께하는 전통건축 답사다. 봉정사 극락전은 현존하는 목조건축물 중 가장 오래된 고려 중기(1200년대)의 건축물로 이 건축물을 통해 고려 이전의 건축을 유추할 수 있다. 답사를 통해 건축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전통건축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고 한편으론 현대 건축에 이를 접목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었다.

사실 우리의 전통건축 문화유산은 임진왜란(1592~1598) 7년, 병자호란(1636~1637) 2년을 통해 대부분 소실돼 버렸고, 근년 수도권에 있는 조선시대 궁궐건축과 충청권의 백제궁궐건축 중심으로 복구공사가 이뤄지고 있기는 하지만 경주를 중심으로 한 신라시대 건축유물 복원은 아직 미진한 실정이다.

흔히 전통 목조건축 하면 부석사 무량수전을 말하는데 1999년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 방문 후 봉정사는 세간의 관심과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 봉정사는 안동시청을 중심으로 볼 때 서북쪽 30여리 떨어진 해발 574m의 천등산 남록에 자백봉(自白峰)을 바라보면서 남향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법당 앞에 작은 마당을 둔 산지중정식 배치형태의 사찰로 조계종 제16교구 본사인 의성 고운사의 말사이다.

1972년 9월 해체 조사 당시 종도리에 홈을 파서 만든 기문장처(記文藏處) 속의 한지에 기록된 조선 인조 3년(1625)에 만든 상량문에 의하면 봉정사 극락전은 의상(625~702)의 제자 능인대덕에 의해 창건되었으며 6대 조사들에 의해 중수되고, 공민왕 12년(1363)에 지붕을 중수하였다고 되어 있어서, 그 처음 창건은 적어도 12세기 이전일 것으로 추측된다.

일주문을 지나 돌계단을 숨 가쁘게 오르면 루문(덕휘루)에 이르고 다시 루문 아래 가파른 돌계단을 따라 오르면 봉정사 대웅전이 한눈에 나타난다. 대웅전 좌측의 화엄강당을 돌아 들어가면 이윽고 봉정사 극락전을 만날 수 있다. 이처럼 봉정사에 가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축인 극락전과 조선 초에 세운 대웅전 그리고 조선후기 건물인 고금당과 화엄강당을 접할 수 있어 우리나라 전통목조건축 역사의 흐름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생생한 현장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그런데 900여년 가까이 고이 보존해온 봉정사 극락전 내부에 원래는 네모난 전돌이 깔렸던 바닥이었는데 언제부터인가 마루를 깔아 놓았다. 전돌 바닥은 몇 남지 않은 고려시대 법당건축의 특징이기도 하다. 기둥은 목조건축의 주요부재이다. 그래서 기둥은 각별히 소중하게 관리되어야 한다. 마루에 가린 기둥 밑둥치는 자칫 환기가 부족해서 부식하기가 쉽다. 마루 설치가 아무리 참배객들을 위한 배려라 하지만 문화재의 원형을 훼손하면서까지 마루를 깐 것은 잘못된 것으로 생각된다. 세월이 흐르면 후손들이 원형을 잊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대로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는 없는 일이 아닐까.

/영남이공대학 교수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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