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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이질감 극복할 레시피 필요”

연합뉴스
등록일 2011-07-19 21:35 게재일 2011-07-19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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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빔밥 수출할때 현지 취향·식성 개발하듯

서구적 트렌드 한국 감성 더해진 독창적 음악 만들어야

“유럽에서 성공하는 가수는 극소수일 겁니다. 정서가 다른 문화와의 이질감을 극복하는 문제가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 사장은 유럽에 발을 디딘 K팝의 성공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양 사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지난 9일 런던 트라팔가 광장에서 열린 YG 가수들의 공연 촉구 시위가 놀랍고 흥미로웠다”며 “하지만 인터넷에서 팬덤이 형성된 유럽의 K팝 불씨를 키우려면 국내 음악업계가 경쟁력 있는 콘텐츠 제작에 노력을 기울일 때”라고 지적했다.

그는 글로벌 정서에 맞는 음악을 통해 현지 문화와 소통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비빔밥을 수출할 때 현지인의 취향과 식성에 맞는 레시피를 개발하듯이 서구적인 트렌드와 한국 감성이 더해진 독창적인 음악을 만드는 연구가 선행되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양 사장과의 일문일답.

-영국에서 YG 공연 촉구 시위가 열렸는데.

▲이미 유튜브, 페이스북 등을 리서치하며 빅뱅과 투애니원의 유럽 내 인기를 짐작했지만 놀랍고 흥미로웠다. 지난달 SM의 성공적인 파리 공연을 통해 유럽 시장이 열리겠다는 걸 실감했다.

-현지 프로모션 없이 얻은 호응은 역시 디지털 미디어의 힘인가.

▲유튜브의 역할이 가장 컸고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의 전파력이 더해졌다. 과거 보아와 세븐이 미국에 직접 진출하려 했지만 아시아인에겐 진입 장벽이 높은 시장 구조였다. 이젠 직접 가지 않아도 해외 팬들이 인터넷을 통해 K팝의 우수한 콘텐츠에 반응한다. 아무리 한류가 거세도 그들의 정서에 맞지 않았다면 호응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경쟁력 있는 콘텐츠 제작 비결은.

▲한국은 가수 육성 시스템이란 독특한 체계를 갖췄다. 미국과 유럽의 가수들은 탤런트 하나로 가수가 되지만 한국은 기획사가 재능있는 인재를 발굴해 꿈을 펼치도록 지원한다.

특히 YG는 음악에 심혈을 기울였다. 미국, 북유럽 등 해외 작곡가의 곡을 받는 대신 테디 등 본사 프로듀서 10여 명을 보유했다. 해외 작곡가의 곡을 받으면 가수가 음악에 맞춰야 하지만 본사 프로듀서들은 가수와 생활하며 음악 성향을 분석해 맞춤 음악을 만든다. 빅뱅의 지-드래곤도 꼬마 래퍼였지만 장래성을 보고 악기를 지원, 프로듀싱 역량을 끄집어냈다.

이때 중요한 것은 글로벌 정서에 맞는 음악이다. 비빔밥을 수출할 때 현지 취향과 식성에 맞는 레시피를 개발하듯이 YG도 서구 트렌드인 힙합에 한국 감성을 섞는 노력을 해왔다. 태양이 최근 미국에 체류하며 자신이 좋아한 `언더 독스`의 하비 메이슨 Jr.와 작업한 것도 그 일환이다. (미국 그룹) 블랙아이드피스의 윌.아이.엠과 (마이클 잭슨 프로듀서 출신) 테디 라일리가 거부감없이 우리 음악을 좋아해준 것도 그런 이유 아닐까.

-음반제작자로서 유럽 시장의 의미를 어떻게 해석하나.

▲아시아에 이어 유럽에서도 K팝 가수들이 인기를 끈다면 음반 시장 침체기를 겪고 있는 미국도 관심을 가질 것이다. 한국 가수들은 유럽보다 미국과 중국 시장을 어려운 과제로 안고 있기에 유럽 시장이 열린다면 미국도 시장성을 확인하고 우리와 일하는 시기가 빨라질 것으로 기대한다. 투애니원의 음반 프로듀서를 맡은 윌.아이.엠도 “`유럽 지역을 돌고 오면 미국에서 성공할 것이다`고 하더라. 음악 시스템이 정착되지 않은 중국 시장은 이보다 더 늦게 열릴 것 같다.

-그렇다면 유럽에서 K팝 가수들의 성공 가능성은.

▲극소수일 것이다. 아시아 시장에선 대부분의 가수들이 인기를 끌 수 있지만 유럽은 우리와 정서적으로 달라 모든 가수가 인기를 끌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기획사들이 문화적인 이질감을 극복하는 문제가 있다.

투애니원의 경우 거부감이 적을 것 같다. 네 멤버 중 3명이 영어를 하고 씨엘은 프랑스어 등 4개국어를 한다. 또 투애니원이 이달 발표할 국내 음반의 타이틀곡 후렴구도 해외 팬들까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영어로 불렀다. 투애니원 음악의 역동성과 멤버들의 파격적인 캐릭터도 독특하다는 평이다.

-수익 창출 모델 등 유럽 시장에 본격 진출할 계획은.

▲이제부터 그런 계획을 짤 때다. 몇년 전 일본에 지사를 만들어 빅뱅 프로모션을 했듯이 유럽 지사를 둬 현지 레코드사, 공연 업계와 지속적인 프로모션을 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또 당초 투애니원의 경우 미국 음반을 내고 유럽 투어를 생각했는데 한국 음악으로도 호응을 얻었으니 오는 9월 `템스 페스티벌` 참여와 공연을 검토할 것이다.

-남미 등 다른 지역 진출도 고려하나.

▲유튜브를 통해 시장 조사를 해보면 YG 가수들은 남미, 북유럽에서 특히 강세다. 브라질에서 공연한 윌.아이.엠은 `투애니원 팬클럽이 한국, 일본에 이어 브라질에 많은 것 같다`고 했을 정도다. 우물 안 시각은 버리겠지만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조심스럽고 신중할 것이다.

-K팝의 부가가치는.

▲돈으로 환산하기 어렵다. 단순히 레코드 회사와 가수만 돈 버는 게 아니다. 명동에 일본 관광객들이 몰려오듯이 경제적인 가치도 엄청나다. 향후 가수들이 유럽, 북미에서 인기를 끌면 한국에 대한 호감으로 이어져 소니TV를 사던 사람들이 삼성, LG 제품을 쓰지 않을까. 기업과의 윈-윈 전략도 필요할 것 같다.

-정부 지원책도 필요한가.

▲정부의 지원 노력은 알고 있다. 하지만 콘텐츠에 대한 이해와 연구를 통해 지원금이 제대로 바람을 타는 곳에 쓰여 현실적인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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