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급등한 기름값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부정적인 시각이다. 똑같은 현상이 소고기 업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산지 한우가격은 폭락했지만 시중 유통점이나 음식점의 한우고기 소비자 가격은 요지부동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축협 등에 따르면 소 값은 2년 전에 비해 절반 이하로 떨어져 2000년 이후 가장 낮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한우 음식점의 소비자 가격은 5년 전 오른 가격을 내리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의 원인은 기형(畸形)적인 유통구조 때문이라고 했다.
산지에서 소를 출하하면 소비자들이 그 고기를 먹을 때까지 보통 3~4단계의 유통구조를 거친다. 한 단계를 거칠 때마다 유통마진이 붙고 식당에서 운영비가 추가돼 소비자가격이 결정된다. 가격이 비싸다보니 소비가 줄고 식당은 이익을 남겨야 하니 비싸게 팔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산지 가격에 따라 소비자 가격이 결정되도록 하는 가격연동제 또는 산지 직거래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축산업계 안팎에서 커지고 있다.
18일 포항축협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한우 산지가격은 700㎏ 거세우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 700만 원대에서 490만 원대로 떨어졌다. 30% 이상 폭락한 것이다. 한우 사육 농민 김모(42·포항 신광면)씨는 “㎏당 1만 원 이상 가던 것이 지금 5천 원 단위로 절반 이하 뚝 떨어졌다”며 “소값이 현실화되지 않으면 그나마 남아 있는 축산농가들도 모두 도산하게 될 것”이라고 답답해 했다.
그러나 한우를 판매하는 일반음식점의 판매가격은 산지가격 하락세를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다. 음식점 판매가격은 갈비살 100g 기준 1만7천원에서 1만9천 원대를 그대로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포항 경우 등심은 1만4천~1만5천원선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 특수부위는 100g 기준 2만5천 원에서 4만원을 넘는 등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포항 두호동 주부 배모(36)씨는 “요즘 한우 소고기 가격이 워낙 비싸 한우전문식당에서는 못 사 먹고 할인하는 마트나 세일하는 곳을 찾아 사먹는다”고 했다.
이처럼 음식점 등에서 판매가격을 정하면서 산지 한우가격 등락률을 반영하지 않는 것은 업주도 적자경영을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모든 부산물이 골고루 팔리지 않기 때문에 특수부위에서 돈을 많이 받지 않으면 도저히 소값을 충당할 수 없다는 얘기다. 식당 주인 황모(54·포항 오천읍 인덕동)씨는 “건물 임대료와 종업원 인건비, 부식재료비 등을 빼고 나면 적자”라며 “산지 소값이 내려도 소비자 가격을 내릴 수 없는 현실이 우리도 안타깝다”고 했다.
지역의 한우 사육농가들은 식당을 비롯한 판매점 등에서 한우가격 변동률을 반영해 소비를 촉진할 수 있도록 하는 가격연동제를 희망하고 있으나 거래 중단 등의 부작용도 우려돼 드러내놓고 요구하지도 못하고 있는 상태다. 포항시청 농축산과 황세재 과장은 “축산 농가는 생산 조직화를 통해 시장에 대응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하고, 도시 소비자와 직접 거래하는 직거래제도를 확대하는 것이 현실적 대안”이라며 “그러나 가격과 관계없이 한우소비를 촉진시킬 수 있는 대책마련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포항축협 이외준 조합장은 “축협은 올해 유통 부문의 이윤을 포기하고 고기가격을 동결, 소비활성화에 나서고 있다”며 “구제역 파동 등의 여파로 소비량이 크게 줄어들면서 산지가격이 폭락, 축산농가들의 어려움이 크다. 소비촉진을 위해 조합차원의 적극적인 지원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황태진기자 tjhwang@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