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대구세계육상선수권 D-65일

이창훈기자
등록일 2011-06-23 20:48 게재일 2011-06-23 24면
스크랩버튼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막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8월27일부터 9일간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리기로 돼 있는 것. 때문에 세계 빅3 경기 중 하나인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이제 거의 모든 준비가 마무리된 상태서 사실상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하지만 정작 내국인들은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큰 관심이 없다. 주최하는 대구로서야 답답하기 그지없는 일이지만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으니 감내할 수밖에. 국내에 세계적 스타가 없어 시민들을 자극할 만한 호재가 없는 것도 하나의 이유이지만, 그동안 육상 경기가 우리의 관심권 밖이어서 세부적인 용어 등에 친숙하지 않은 것도 한 요인이다. 대구세계육상경기대회를 맞아 최고 하이라이트인 남자 100m를 대표적 예로 삼아 그에 열광하는 이유, 육상경기를 재미있게 보는 법, 관전포인트 등을 살펴 보자.

■ 왜 남자 100m에 열광 하는가

남자 100m는 마라톤과 더불어 육상의 꽃으로 불린다. 각 종목이 나름대로의 의미를 갖고 있는 건 물론이지만 특히 남자 100m는 주목받는다. 10초도 안 되는 눈깜짝할 사이에 끝나버리기까지 하는 종목인데도 그렇다. 이유가 뭘까.

육상전문가들에 따르면 남자 100m가 지구 인구 65억 명 중 가장 빠른 사람을 뽑는 시합이란 점이 가장 큰 이유다. 말 그대로 남자 100m 우승자는 `총알 탄 사나이`인 것. 그런 만큼 인간이 본능처럼 가지고 있는 속도에 대한 열망을 가장 잘 충족시켜 주는 게 이 종목이라는 사실에 각별히 눈길을 줄 수밖에 없다. 사람들이 자동차 경주나 경마에 빠지는 것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굉음을 내며 달리는 카레이스나 헐떡이며 달리는 경주마를 보며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과 같은 이치.

게다가 사람들은 자동차 경주보다도 남자 100m에 더 열광한다. 어떤 기계적인 힘의 도움도 없이 육체의 힘만으로 달리기 때문이다. 그 외에 이 경기에는 스포츠정신이 가장 적나라하게 담겨있다는 매력도 있다. 육상의 가장 큰 매력은 어떤 외부의 도움이나 행운없이, 오로지 기록을 향해 고독하게 사투를 벌인다는 점이다.

또 폭발적인 순발력과 근력을 내뿜는 육체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달리는 순간 육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격렬한 반응은 느린 화면으로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실제 현장에서 뛰는 선수들을 보면 마치 날아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톱 클라스 선수들의 경우 보폭은 2m가 넘는다. 키 196cm, 체중 86kg인 세계 최고 스프린트 우사인 볼트의 보폭은 무려 240cm나 된다. 큰 키의 학이 다리를 벌리듯 뛰는 모습은 마치 트랙 위를 나는 듯한 착시현상을 일으킨다. 그 폭발적인 스퍼트로 사람이 호흡을 세 번하는 시간보다 더 빨리 100m를 주파한다. 100m를 불과 40걸음으로 주파하는 것. 이 얼마나 아름답고 숨막히는 육체의 향연인가.

인간 한계에 도전한다는 것 또한 남자 100m의 큰 매력이다. 남자 100m는 기록경기의 백미. 0.01초 단축이 목표가 될 정도로 신기록 도전마저 극적이다. 세계 최초의 남자 100m 공인기록은 1912년에 측정된 10초6. 우사인 볼트의 세계기록은 9초58. 차이는 1.02초다. 1.02초 단축하는데 약 100년이나 걸렸다는 말이다. 100m달리기의 기록 단축이 얼마나 극적인 각본 없는 드라마인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다.

남자 100m는 10초안에 끝나지만 이 드라마가 제공하는 쾌락은 고도로 압축된 긴장감을 제공한다. 선수들이 각자의 스타팅 블록에 발을 딛는 순간부터 관중들의 심장은 오그라든다. 이때 전 경기장의 관중은 숨을 멈춘다. 숨이 막힐 듯한 고요를 깨는 총성과 함께 피스톤처럼 달려나가는 선수들. 고요는 순식간에 함성으로 변한다.

블랙홀로 빨려드는 것처럼 선수가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 절정의 통쾌감과 함께 너무도 아쉽다는 탄성까지 동시에 내뱉게 하는 게 100m경기다. 그래서 우리는 이 게임을 기다린다.

이번 대구대회에는 세계기록 보유자 볼트를 비롯, 게이, 카터 등 빅3 선수들이 다 출전할 예정이다. 어느 대회보다 100m경기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 볼트의 세계기록 경신여부도 엄청난 관심거리다. 볼트는 역대 신기록 수립자 중 가장 관심을 끄는 선수다.

볼트가 등장하기 전까지 약 40여년 간 9초7의 벽이 무너지지 않았다. 하지만 볼트는 9초 7, 6의 벽을 단번에 깨뜨렸다. 볼트는 이번 대회를 신기록경신의 대회로 생각한다고 했다. 신기록 달성도 가능할 것이라 기대케 하는 바로 그 대목이다.

이래서 우리는 8월28일 오후 8시45분을 기다린다. 인간탄환의 끝은 어디인지를 직접 눈으로 보기 위해.

■ 첨예한 기록의 세계

육상 경기를 보는 가장 큰 재미 중의 하나가 신기록 수립이다. 0.01초의 기록 단축에 전 지구촌은 열광한다. 이렇듯 중요한 기록 측정의 공헌자는 당연히 스톱워치다. 1730년 발명된 스톱워치가 없었다면 오늘날의 육상 발전은 꿈도 꾸기 어려웠을 것이다.

기록은 제1회 올림픽부터 계측됐다. 하지만 그 당시는 10분의 1초 단위로 재 정확히 순위를 판가름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1968년 멕시코올림픽 때부터 요즘처럼 100분의 1단위로 재, 0.01초 차이의 기록이 나오게 됐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세계기록은 IAAF가 공인한 기록을 의미한다. IAAF는 출발시간까지 체크하는 등 기록계측을 엄격하게 시행한다. 출발신호를 듣고 스타팅 블록을 차고 나가는 시간이 0.1초 이내일 경우에는 기록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0.1초 이내에 뛰어 나갔다면 신호를 듣고 반응한게 아니라 예측 출발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스타팅 블록에는 부정 출발을 자동으로 체크하는 장치가 있다. 지난 5월에 열린 대구국제육상경기 남자 100m대회서 2번의 부정 출발로 2명이 실격됐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같은 공식경기에서는 트랙을 달리는 선수 한 사람당 시간을 재는 3명의 계시원이 활동한다.

IAAF는 뒷바람도 엄격히 체크한다. 과학자들은 풍속이 초속 2m에서 1m씩 늘어날 때마다 0.07초의 기록 향상 효과가 있다고 본다. 뒷바람이 셀수록 평소보다 나은 기록이 나오기 때문에 IAAF는 초속 2m 미만의 바람에서 달릴 경우에만 공인 기록으로 인정한다. 바람에 민감한 100m, 200m, 여자 100m허들, 남자 110m허들, 멀리뛰기, 세단뛰기, 투척경기에 이 규정을 적용한다. 바람이 중요한 변수인만큼 국제대회에서는 출발 지점으로부터 50m지점에 풍속계를 설치, 바람을 재고 있다.

대부분의 육상경기는 뒷바람의 영향을 받지만,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맞바람을 이용하는 종목도 있다는 것. 원반던지기는 맞바람이 시속 1.3km로 불 때 기류가 양력을 일으켜 원반을 더 멀리 보낸다고 한다.

바람 못지않게 육상기록에 영향을 주는 것은 해발 고도. 해발 2천m고지에서 기압은 평지의 75% 정도로 공기저항이 적다. 100m를 10초에 주파하는 선수가 이런 고지에서 달릴 경우 평지보다 0.1초 정도의 기록을 단축할 수 있다. 실례로 멕시코올림픽때 미국의 짐 하인즈는 9초95를 기록, 인류최초로 10초 벽을 돌파했다. 이 대회에서는 육상 개인종목에서 9개의 세계신기록이 수립돼 고도의 덕택을 톡톡히 본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IAAF는 1천m이상 고지에서 열린 경기에서 나온 기록에 대해서는 기록 앞에 해발고도를 뜻하는 A(Altitude)를 붙여 차별화 하고 있다.

/이창훈기자 myway@kbmaeil.com

기획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