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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대한민국에 낙원 같은 `그린섬` 탄생하나

김두한기자
등록일 2011-06-23 19:50 게재일 2011-06-23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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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이나 석유 등 화석연료를 쓰지 않는 청정세상은 과연 실현가능할까? 우리는 정녕 우리 손으로 `탄소없는 나라`를 건설해낼 수 있을까? 해결하지 않고는 인류의 생존마저 보장받기 힘들다는 지구 온난화 문제, 그 키포인트인 탄소에 대한 도전과 실험이 시작됐다. 어디서? 바로 울릉도다. 그래서 도달하려는 목표는 `녹색섬` 혹은 `그린섬`(Green Island). 계획대로라면 13년 뒤인 2024년에 우리는 저 섬에서 낙원 같은 세상을 살아볼 수 있을 듯하다. 그 모습을 한번 그려보자.

◇어떻게 변할까

지금 울릉도에서는 자체 발전소를 가동해 전기를 공급한다. 소수력발전 1개소 2기, 화력발전 2개소 7기. 총 발전 용량은 1만3천200Kw다. 하지만 주력은 역시 내연(화력)발전이다. 소수력발전으로 생산하는 신재생에너지는 700Kw 정도에 불과하다. 전력 총량도 많이 부족한 상황.

그러나 2024년이 되면 울릉도에서는 화력발전이 없어진다. 태양광발전, 풍력발전, 바이오발전으로 대체된다. 육지로부터의 발전용 화석연료 도입이 중단될 것은 당연지사. 전기 전량을 자급자족한다는 뜻이다. 전력생산량도 지금보다 훨씬 늘린다. 휘발유나 경유로 다니던 자동차가 전기차로 바뀌고 가정용 연료도 마찬가지로 바뀔 참이니 전기수요가 그만큼 늘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럴 때 울릉 섬을 일주하는 주력 교통수단은 전기로 움직이는 모노레일이 된다. 전기자동차도 일반화된다. 가정에서도 이제 더 이상 석유보일러를 돌리지 않는다. 지열이 가정에 공급되고 집집마다 지붕에 올려둔 태양광발전시설이 청정화를 거든다. 그러기 위해 울릉도에서는 땅밑 깊은 곳으로부터 열을 뽑아올리기 위한 첨단 설비들이 들어선다. 그러고도 별도 난방이 필요한 집에서는 특별 고안된 나무칩 보일러가 가동된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황주호 원장은 “울릉도와 독도는 풍력을 이용해 집집이 전기를 자급하고, 태양열 발전으로 해수를 담수화해 식수로 사용하며, 해양 미세조류로 바이오연료를 만들고, 음식물 쓰레기 등 폐기물도 에너지로 재사용하게 된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울릉도가 대한민국 신재생에너지의 상징적 명소가 되고 탄소제로 지대가 되는 것이다.

◇어떻게 추진되나

저 엄청난 사업은 크게 봐 세 분야로 나눠 추진된다. 녹색에너지, 녹색생활, 녹색관광이 그것.

그 중 `녹색에너지` 사업은 저 모든 것을 가능케 하는 바탕사업이다. 이 분야에서 성공하면 울릉도 전력은 지금의 화석에너지에서 신재생에너지로 완전히 탈바꿈된다. 전력의 양은 늘어나고 질도 대폭 개선되며 안정적인 공급도 달성된다. 발전단가 또한 대폭 낮아질 것이다. 덕분에 주민과 관광객들은 무공해 싼 에너지로 여름은 시원하게 겨울은 따듯하게 보낼 수 있게 된다.

녹색에너지 사업에는 일반인이 알아듣기 힘든 여러 전문적 구상들도 검토되고 있다.

송배전 선로 개선, 지능형 전력망 구축, 도서형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 조성, 40여 기의 풍력발전기를 활용하는 푸른바람(Green Wind) 발전 , 낡은 설비 개선을 통한 소수력발전 용량 증대, 숲 가꾸기 사업 부산물을 이용하는 우드 칩(wood chip) 난방시스템 도입을 통한 목질계 바이오에너지 활용, 쓰레기 소각장 등에 바이오가스 생산시설을 설치해 전기와 열에너지를 생산하는 폐기물 바이오 에너지 활용, 심부 지열 난방 및 그것을 이용한 전기 생산, 해수 담수화 시스템을 겸한 태양에너지 해 담수화 플랜트 R&D사업 등등. 수소 저장 시스템을 건설하고 계통안정화 장치를 조성하는 수전해 수소생산 실증 단지 조성, 해안 큰 건물에 해수 온도 차 발전 기술을 활용토록 하는 냉난방 시스템 조성 등도 있다.

`녹색생활` 사업은 마을과 가정 에너지의 녹색화를 목적으로 한 것이다. 그러는데는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게 우선 과제. 낡은 주택을 리모델링하고 창호를 고효율성으로 정비하는 등 열 손실 및 소음 감소 효과를 거둘 저탄소 녹색 건물 리모델링 사업이 그것이다.

다음 과제는 마을과 가정 에너지를 녹색화하는 것이다. 우드 칩 보일러를 설치토록 해 탄소 배출을 줄인다. 태양광, 소형풍력의 하이브리드 에너지원을 개발해 사용한다. 가로등은 LED로 바꾼다. 어선까지도 기름을 덜 쓰도록 유류 절감장비를 달고 LED 집어등을 쓰도록 한다. 탄소 중립 시범마을도 건설키로 했다.

`녹색관광`은 울릉도를 찾는 외지인들이 무공해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러면 해안도로의 관광형 전기차, 전기자전거 등이 청정 상징의 새 볼거리가 될 수도 있을 터이다. 태양광에너지로 운항하는 섬 일주 유람선 도입, 태양열 조리기 이용 등 신재생 녹색에너지 체험 센터 조성 같은 게 연관산업으로 꼽힌다.

◇누가 추진하나

이 사업은 울릉도 스스로 해 낼 수 있는 게 아니다. 너무도 대규모일 뿐 아니라 성격 자체 또한 미래를 내다본 국가적 상징 사업이기 때문. 당연히 구상부터가 중앙정부 혹은 정권 차원에서 시작됐다. 신 유가시대 도래로 에너지 안보가 국가 정책 과제가 된데다 기후변화협약 및 교토의정서 발효 등에 따라 일산화탄소 줄이기가 세계적 숙제로 등장한 게 배경.

그에 따라 제시된 이명박 대통령의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새 국가비전이 직접적 계기였다. 녹색기술과 청정에너지로 신성장동력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신 국가발전 패러다임을 선언하면서 울릉도를 그린 대표 섬으로 조성키로 했다. 육지와 멀리 떨어져 때묻지 않은 채 맑고 깨끗한 자연의 신비를 그대로 간직한 울릉도, 국민의 관심이 높은 독도 등의 청정이미지가 이곳을 그 사업의 모델로 선택받게 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지역발전위원회 3차 회의 때 “울릉도 녹색 섬 사업은 국가 녹색성장에 파급 효과가 큰 사업으로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으며, 작년 3월 덴마크 총리와의 정상회담 때는 “울릉도가 덴마크 삼쇠 섬과 같이 되려는 녹색 섬 계획을 갖고 있다”며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에 따라 지식경제부가 이 일을 맡아 10억원을 들여서 얼마 전 울릉도 녹색섬 사업의 기본그림을 그려냈다. 내년 봄쯤에는 그걸 구체화한 세부계획까지 나올 예정. 그 이후라야 더 구체적으로 알게 되겠지만 전체적으로는 총 3천100억 원 가량이 울릉도에 투입되지 않을까 추정되고 있다.

◇울릉도의 자체 노력

울릉군청은 이 사업의 분위기를 돋구고 조기 성사되도록 하기 위해 군민회관 및 죽도에 2.4Kw 짜리 풍력발전전기 2대, 5Kw급 태양광 발전소 1개 등을 이미 설치 가동 중이다. 또 보건의료원에 156Kw급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 중이고 전기자동차 5대를 도입한다.

그런 한편 군청은 2010년 1월27일 덴마크 삼쇠섬에서 천연에너지 개발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삼쇠섬은 인구 4천명 정도 되는 섬이면서 풍력·조력발전 등으로 천연에너지를 자급하고도 남아 외부에 내다 팔 정도로 성공한 시(市)이다.

군청은 또 올해 벨기에 브뤼셀을 찾아 아시아 최초로 국제 녹색 섬 연합회(ISLENET)에 가입함으로써 국제무대에 그린 섬을 천명했다. 아시아 최초이자 세계 51번째 회원이 됨으로써 울릉을 녹색섬의 아시아 허브라고 선언한 셈. 대한민국 울릉도가 녹색섬으로서의 의무를 성실히 수행할 자격을 갖췄음을 증명하는 문서인 연합회 회원 인증서를 획득함으로써 앞으로 연합회로부터 필요한 기술과 재정 등의 지원도 받을 수 있게 됐다.

◇13년 후의 울릉도

울릉도 면적은 큰 대학캠퍼스 20개 정도에 해당하는 2천200만 평(72.9㎢)이다. 복판에 솟은 해발 987m 성인봉을 중심으로 직경 10km 전후 길이의 5각형 모양을 하고 있다. 해안선 둘레는 도합 64.43km. 결코 작다고 할 수 없으나 그렇다고 크다고도 볼 수 없는 섬, 그러면서도 계곡이 깊은 섬이다.

이런 울릉도는 가장 가까운 울진군 죽변까지만도 130.3km나 되고 생활권 중심지인 포항과는 217km나 떨어져 있다. 그런데도 포항, 동해(묵호), 울진(후포), 강릉 등 4개 도시와 여객선으로 연결된다. 또 동해 유일한 유인도이자 전국 유일하게 지방정부가 존재하는 섬이기도 하다.

자연경관이 아름답고 육지와 멀리 떨어져 있어 자연종들이 교잡되지 않은 채 제모습을 지킨다. 독특한 식물, 풍부한 물, 아무리 사용해도 오염되지 않은 신비의 바다,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아름다운 섬, 살기 좋은 섬이다. 가수 이장희씨가 찾아들어 죽으면 이땅에 묻어 달라고 한 게 바로 울릉도이다.

이런 울릉도가 이제 또 한번 비상하기 위해 뜀틀 위에 섰다. 천혜의 자연환경에 공해없는 인공환경까지 덧보태려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녹색섬이 됐을 때 울릉도의 모습이 어떨까는 생각만 해도 가슴 뛴다. 인간이 바랄 수 있는 최상의 존재공간이 돼 있지 않을까?

울릉도는 이제 그에 발맞춰 세계 제1의 명소로 도약하기 위해 관광인프라 또한 획기적으로 보강하려 나서고 있다. 뱃길에 이어 항공시대를 열게 될 소형공항 조성, 전천후 가동 가능한 여객선용 사동항 2단계 사업, 토지이용계획 재검토를 통한 가용부지 확장, 세계지질공원 지정, 자연유산 지정 등이 그것이다.

울릉/김두한기자 kimd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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