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것은 출마예정자들뿐만 아니다. 내년 총선과 관련된 각종 기획사 등도 덩달아 치열한 수주전쟁을 펼치고 있다. 홍보대행업체와 여론조사기관, 인쇄소 등 선거관련 업계들은 가을께 선거분위기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하며 선거 홍보물 수주를 위한 사전 준비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총선특수는 지방선거와는 달리 지방의 선거관련업은 흥행에 실패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대부분 수도권에서 이뤄질 것이라는 것이 지배적인 시각이다.
이에따라 지역 기획사와 인쇄조합을 비롯해 지역민들은 지역에서 표를 얻으려면 지역에서 선거홍보물을 제작하는 등의 지역경기 활성화를 위한 기본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며 또다른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선거 관련 업체 물밑준비 한창
평소에는 기업체 사보나 전단지 등을 만들어주는 등 상업광고 기획을 하던 A기획사. A기획사 대표 B씨는 내년 총선이 서서히 다가옴에 따라 `선거 특수`로 대박을 터뜨리기 위해 인력을 늘리는 등 일찌감치 선거기획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B씨는 총선특수를 대비해 평소부터 친분이 있던 K씨를 비롯해 지역구가 다른 출마후보자 7~8명을 대상으로 꼼꼼하게 수첩에 리스트를 작성하고 인적 네트워크를 동원해 주변 인사들과 회동을 자주 가지는 등 꾸준하게 스킨십을 하며 수주 작업에 나서고 있다.
그의 수첩에는 내년 4월 총선에 출마할 것이 확실시되는 K씨에 대한 성향부터 시작해 장·단점은 물론 시장조사와 정세 분석, 유권자 분석, 지역 현안, 선거구 등이 상세하게 기록돼 있다. 또 타 후보자들과 차별화되는 맞춤형 선거기획안과 공약, 선거운동 방법에 대해 수시로 직원들과 전략회의를 하고 있으며 각 파트별로 선거홍보물에 쓰일 과거 선거자료 등을 조사하고 모으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지역 출마자들을 대상으로 많은 물량을 수주했던 수도권의 C씨가 지역 기획사들을 돌며 `총선 수주는 본인이 할테니 선거기획안에서 홍보물제작, 인쇄 등을 해줄수 있냐`는 제의도 하고 있다는 소문이 도는 등 벌써부터 선거 수주전이 서서히 달구어 지고 있다.
지역 인쇄업자인 C씨는 총선 특수에 동참하기 위해 평소에 친분이 두터운 기획사들과 현역의원 주변 인물과 사전에 선거와 관련된 정보를 교환하고 선거홍보물을 자신에게 맡겨줄 것을 요청하고 있으며 일부 부동산 관계자들도 총선 출마자들의 선거사무실로 쓰일 목 좋은 건물을 미리 점찍기 위해 건물주들을 만나는 등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최근에는 트위터 등 선거운동 방식과 유권자의 표심이 다양해지며 홍보의 전략이 중요도를 더해가고 있어 보다 전문적인 선거컨설팅 준비에 나서고 있다. 홍보대행사, 여론조사업체에 대한 중요도가 높아짐에 따라 여론조사기관들도 내년 총선에 출마할 후보들에 어떤 사람들이 나서는지에 대한 조사와 네트워크 쌓기 등에 수주 준비작업이 한창인 것.
지역 모 여론조사기관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가을쯤 돼야 본격적인 선거열기가 있고 총선은 지방선거에 비해 규모가 적어 선거특수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면서 “총선이 아직은 여유가 있어 지금은 총선 출마후보를 대상으로 네트워크를 쌓는 등 수주준비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선거특수 기대 어두워
지역 한나라당 프리미엄 약화와 후보자 물밑 행보 가속화 등으로 벌써부터 후보자들간 보이지 않는 경쟁이 시작됐다. 한나라당 공천경쟁에서 살아남거나 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한 현역 국회의원과 이에 도전하는 유력인사들은 일찌감치 선거체제에 돌입해 동창회나 모임 등을 찾아 얼굴을 알리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트위터 등 선거운동 방식이 다양해지고 유권자들의 표심도 날카로와지며 홍보의 전략이 중요도를 더해가고 있어 보다 전문적인 선거컨설팅이나 홍보대행사, 여론조사업체에 대한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선거홍보업체 또는 여론조사기관들도 내년 총선에 출마할 후보들에 어떤 사람들이 나서는지에 대한 조사와 네트워크 쌓기 등에 수주 준비작업이 한창이다. 그러나 내년 총선에서 지역에는 별다른 특수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는 총선의 경우 대부분 출마자들이 서울에서 홍보물 등 제작이 이뤄지고 특히 지역 언론사들이 지방선거에서 선거사업에 뛰어들었듯이 이번 총선에서도 적극 나설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또 지방선거의 경우, 광역 및 기초단체장을 비롯해 시의원, 구의원 등 선거물량 자체가 많은 반면 총선은 13개 지역구를 대상으로 해 물량 자체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 총선 인쇄물 제작 현황에서 한나라당 대구·경북 공천후보 27명 가운데 3명만 홍보물을 지역 인쇄업체에 맡겼고 나머지는 24명이 서울에서 인쇄와 기획물을 맡겨 지역 인쇄, 기획, 홍보 업계는 별 소득이 없었다.
또 제18대 총선 입후보자 가운데 대구·경북지역 인쇄업체에 선거관련 인쇄물을 맡긴 후보는 지역 출마자 101명 가운데 25명에 불과했다.
홍보물, 포스터, 벽보, 공보 등 인쇄물 중 선거 포스터를 지역에 맡긴 후보는 단 한 명도 없었으며 선거 인쇄물 지역업체 수주 현황에서 지역에서는 13개 업체에서 25명의 후보자 선거인쇄물을 수주하는데 그쳤다.
당시 지역 기획, 인쇄업체들은 총선을 앞두고 선거 관련 인쇄물이 크게 늘어날 것에 대비해 최신기계를 도입하는 등 총선 특수를 노렸지만 대부분의 후보들이 지역 인쇄업체를 외면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는 더욱 심각했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지역 일간지인 매일신문은 `매일P&I 선거전략기획단`이라는 자회사를, 영남일보는 `영남일보 6.2지방선거 홍보기획단`을 꾸리고 각각 선거홍보물 수익사업에 뛰어들며 지역 인쇄업체들과 마찰을 일으켰다.
지방선거에서 이들 언론사는 주요 후보들과 계약은 물론 기초의원까지 손을 뻗치는 등 기자를 앞세워 전방위로 영업에 나서며 지역 인쇄조합에서 강력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지역에서 홍보물 제작
대구지역 경기가 아직도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지역 인쇄업체와 선거기획사, 여론조사기관 등에서는 지역에 출마하는 후보들은 지역에서 각종 홍보물 등을 제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선거기획사를 비롯해 인쇄업체 등 지역 선거관련 업계에서는 지역 언론사들의 선거 홍보물 등 수주에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으며 이번에도 지난 지방선거와 같이 기자를 앞세워 선거물량을 싹쓸이할 경우 물리적인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지역 인쇄업체 관계자는 “지난 18대 총선에서 지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당선된 국회의원 대부분이 지역이 아닌 서울에서 홍보물을 제작하는 등 지역업체를 외면했다”며 “지역민의 표를 얻어 당선될 후보가 지역업체를 외면하고 표를 얻으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지역경기 활성화를 위해서 지역업체를 이용하는 성의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중립을 지켜야 할 지역 언론사가 선거홍보물을 수주하면 제대로 후보들을 평가할 수 있겠는냐”며 “지방선거 같이 언론사가 선거 관련 수주에 나설 경우 집회 등을 통해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선거기획사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언론사들이 선거관련 각종 사업을 싹쓸이했고 이번 총선에서도 같은 행태가 될 것이 뻔해 출마예상자에 대한 정보수집 등 아예 총선 대비 선거전략 마련을 포기했다”면서 “지역에 출마하는 후보는 지역에서 홍보물과 공보 등을 인쇄해 지역경기 활성화에 기여해야 하며 지역을 외면하는 후보들에게 어떻게 지역발전을 기대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이곤영기자 lgy1964@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