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국공립극단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포항시립연극단이 오는 26일까지 포항시립중앙아트홀에서 공연하는 `리어왕`은 개막 이전부터 총 27회 공연에 전좌석수 7천200석 전석이 팔려나갔다 하니 이번 작품에 몰리는 관심이 심상치 않다. 경주시립극단이 오는 30일까지 경주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하는 `불좀 꺼주세요`는 1990년대 대학로 최다 관객 동원을 기록한 흥행작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리어왕`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은 늙고 나약한 리어왕이 세 딸에게 자신에 대한 애정과 신뢰를 시험하면서 비롯된 인간의 부질없는 집착과 욕망, 그리고 파멸과정을 처절하게 그린 비극이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가운데서도 특히 그 비극의 강도가 첨예하고 가장 극적인 얼개를 이루고 있어 셰익스피어시대 이래로 자주 무대에 오른 작품이다.
김삼일 연출자는 부모자식 간의 갈등에서 비롯된 리어왕의 비극을 배출구로 삼아 인간 내면에 숨어 있는 배반과 증오, 질투, 이기심, 권력에 대한 집착과 그로 인한 파멸 등을 고통스럽게 끄집어낸다.
진정한 비극의 주인공인 리어왕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한번 쯤 지나왔던 길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성찰의 기회를 줄 것이다.
영국의 전설적인 국왕인 리어왕의 권력이 쇠잔할 무렵 세 딸 중 거너릴과 리건은 효성을 상실하고 오로지 권력과 부를 쟁취하려고 혈안이 돼 있는 반면, 프랑스 왕비가 된 효성이 지극한 막내딸 코델리아는 전쟁 중 위험에 처한 아버지를 구하려다 적에게 포로가 돼 교살당하고 만다. 리어왕은 딸의 죽음 앞에서 슬픔을 못이겨 절명하는데….
리어왕에 특유의 카리스마에 절제와 분출의 멋을 연기하는 중진 배우 최희만을 비롯해 황상해, 권수정, 이선아, 최현아, 김미라, 이흔지, 이정길, 장희랑, 윤주미, 이원욱, 송승현씨 등 20여명이 출연한다.
포항시립연극단은 이 작품의 후속으로 셰익스피어 `멕베드`를 오는 8월22일부터 역시 장기공연의 형태로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공연 시간 평일 오후 7시30분, 토요일 오후 3시, 7시30분, 일요일 오후 3시.
입장료 일반 1만원, 학생 5천원. 문의 272-3033.
경주시립극단 `불좀 꺼주세요`… 1990년대 최대 흥행작▲`불좀 꺼주세요`
제도적 삶에 습관적으로 순응해온 자신과 그로부터 탈피하고자 하는 솔직한 자아를 대비시킴으로써 삶의 진실을 되찾는 중년남녀의 모습을 그린 이 연극은 극작가 이만희의 탄탄한 극적 구성력과 탁월한 언어 감각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지난 92년 대학로극장에서 초연 당시 3년6개월 동안 1157회 장기 공연` `90년대 대학로 최다 관객 기록` `순수 창작극으로 최장기 공연` `서울 정도 600주년 기념 타임캡슐 소장 작품` 등 숱한 기록을 남겼다.
연극은 산골 여교사와 학교 농장일꾼으로 만나 사랑했던 두 남녀가 헤어진 뒤 중년이 돼 다시 만나 사랑을 이룬다는 내용으로, 우리 연극사에서 매우 드물게 시도된 `분신(分身)극`이라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두 남녀의 인연 깊은 삶을 중심으로 해 과거의 체험을 다른 배우들이 분신으로서 혹은 기타 인물로서 재창조해 나가는 형식으로, 이성과 본능이라는 인간의 이중적인 단면을 관객이 한눈에 들여다 볼 수 있도록 해부하는 구조를 택하고 있다.
그 남자, 강창영. 젊은 시절 순수한 마음으로 한 여자를 사랑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이유로 그녀를 떠났다. 다른 여자와 결혼한 그는 장인의 도움으로 국회의원이 되지만 문득 위선과 허위로 살아온 삶에 환멸을 느끼고, 홀연 의원직을 사퇴한 뒤 그녀를 찾아나선다. 그 여자, 박정숙. 시골학교 교사였던 시절, 학교 과수지기였던 창영을 사랑했지만 그의 친구인 달호에게 성폭행을 당해 결혼하게 된다. 그러나 결혼은 곧 깨지고, 창영의 도움으로 그럭저럭 살아간다. 연극은 이들 남녀의 이성적인 대화와 분신들의 적나라한 속마음을 대비해 보여주면서 본능과 욕망을 억압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슬픈 운명을 형상화한다.
경주시립극단 예술감독인 이금수씨가 연출을 맡았으며 정재화 최원봉 박선미 송정현 이현민 김혜정 조영석 강유경씨 등이 2개팀으로 나눠 출연한다.
입장료 5천 원. 문의 1588-4925.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