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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양포항 그곳에 가면…

김상현기자
등록일 2011-06-10 21:43 게재일 2011-06-1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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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즈넉한 동해의 나폴리를 만난다

하단 작은박스는 아귀 조형물, 북적이는 낚시객
포항시 장기면은 산딸기와 항구의 앙상블이 도드라진 고장이다.

산딸기 재배를 시작한지 40년.

이 세월이 장기면을 산딸기 3대 주산지로 만들어 놓았다.

포항시 남쪽 끝자락에 매달려 바다를 지척에 두고 있는 마을.

양포항이 시원한 여름 바람 앞에서 한층 더 짙고 푸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영일만 최남단 장기면은 역사가 살아 숨쉬는 곳이다.

천년 동안 동해안을 지켜온 장기읍성이 있고, 대원군척화비 등 필사항전의 유적이 마을 곳곳에 흩어져 있다.

우암 송시열, 다산 정약용 같은 석학들의 유배지이기도 해 자연스레 선비정신도 베였다.

지역특산 아귀·문어 조형물

배 화장실 이국적 풍경 선사

새벽 5시면 위판장 `북새통`

달빛 흐르는 밤 그 운치라니…

초록구비 마을은 야생화 천지

`산딸기축제`도 함께 즐겨

포항에서 31번 국도를 타고 남쪽으로 40여분을 달리다보면 `대한민국의 나폴리` 양포항을 만나게 된다. 구룡포에서 양포항까지 20km 남짓한 바닷길은 `아름다운 해안이 이런거구나`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한다. 직접 가보지 않고서 상상만으로 그 감흥을 알아 챈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양포항은 항구와 어촌의 묘미를 즐기기에 제격이다. 양포항은 2006년 국토해양부(옛 해양수산부)가 `아름다운 어항 만들기`사업을 추진해 2008년 어촌어항·복합공원이 완공돼 현재는 연간 20만명이 찾는 관광 어항으로 자리잡았다.

이 해변공원에는 해변의 특색을 살린 배모양 화장실과 전망대 화장실, 각종 공연·축제행사를 진행할 수 있는 광장, 바다를 주제로한 아기자기한 조형물들이 곳곳에 위치해 관광객들에게는 이국적인 풍경을 선사한다.

또 해상요트계류시설과 해변산책로 등 휴식공간도 조성돼 있다.

하얀난간과 세갈래 잎사귀의 반딧불이 가로등을 따라 바다를 둘로 나누어 놓은 듯한 산책로 끝에는 등대와 함께 반달모양의 해상공연장이 있다. 바다로 난 길 옆으로는 작지만 각양각색으로 멋을 부린 요트와 보트, 낚시배와 군데군데 바다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의 풍경이 조화롭다. 아득히 멀리 방파제에는 수십명의 강태공들이 양포항이 바다낚시터로 유명하다고 알려주고 있다. 공연이 없는 해상공연장의 나지막한 계단에 앉아 동해바다를 보고 있으면 일상의 시름이 잊혀지는 듯 하다.

양포항은 이웃 감포항처럼 해안선이 움푹 들어간 자리에 자리잡고 있다. 항구로써 천혜의 조건을 갖췄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남북으로 연결된 감포 ~ 구룡포 도로와 양포~포항 도로를 연결하는 교통의 요충지이기도 하다. 이런 특성이 예로부터 동해안 큰 항구로 발달할 수 있게 한 조건이 된 셈이다.

지금은 항구가 많이 쇠퇴했지만 한때는 바닷고기가 많이 잡히는 항구로 유명세를 탔던 곳이다. 옛 항구의 모습을 보여주던 양포조선소와 배에 기름을 넣던 기름탱크는 철거됐다. 하지만 지금의 양포항의 새벽도 다른 항들과 마찬가지로 살아 숨쉬는 하나의 유기체다. 365일 매일 새벽 5시면 15개마을 어선과 활어운반 차량이 양포항으로 몰려든다. 포항, 대구, 경주, 울산 등지에서 활어를 사려고 양포항을 찾아온 구매자와 어민, 상인 등으로 북새통을 이룬다. 6시에 위판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현재 양포항 주위에는 인근 15개 어촌마을 어선 200여척이 조업을 하고 있으며 아귀, 문어, 도다리, 쥐치, 소라, 방어, 삼치 등이 주요 어획종이다. 양포항의 연간 위판액은 100억 원에 이른다.

양포항 주변으로 생아귀탕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 즐비하다. 문어와 아귀의 주생산지로 유명한 양포항에는 각지에서 그 생아귀탕 맛을 보러 멀리서 찾아오기도 한다.

양포항의 밤바다는 운치의 극치라 해도 좋다. 특히 달이 떠오르는 밤바다는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답고 황홀한 풍광 그 자체다. 칠흑같이 어두운 양포항 밤바다를 비추는 보름달을 보면서 자신의 2세와, 또는 연인과 함께 소원을 빌어 보는 것도 잊지 못할 추억이 된다.마을 이름에도 달빛에 얽힌 이야기가 있다. 양포항 서쪽 산 아래에 양월마을이 있다. 이 마을은 달이 뜨면 제일 먼저 달빛이 비치는 곳이라 하여 양월(良月)이라 불렀다 한다.

양포항 인근에 하늘비가 내려 굽이굽이 산자락과 계곡을 돌아 흐르는 초롱구비 마을이 있다. 산나물과 들꽃들이 철 따라 피고 지고, 산골짜기 가재가 살며, 선녀와 나무꾼의 전설이 깃든 마을이다. 마을 곳곳에 울타리로 심겨진 대나무를 가마에서 숯으로 구워내고, 야생화 단지에서 채취한 야생화를 가지고 세상에서 하나 뿐인 `나만의 숯부작`을 만들어 본다. 고운 빛으로 물들인 손수건을 만드는 천연염색 체험도 해보고, 두 사람씩 호흡을 맞춰 디딜방아도 찧어본다. 구수한 시골밥상으로 배를 채우고, 산새 소리를 들으며 잠을 청한다. 감나무집, 산약초캐는집, 소키우는집 등 민박집 인심이 이름만큼이나 따뜻하다.

장기면사무소 뒤 가파른 비탈길을 따라 올라가면 어느새 앞이 탁 트인 고지가 나오고 성곽이 드러난다. 길 양옆으로 산딸기 밭이 펼쳐져있다. 따스한 햇살 아래 장기읍성을 따라 한 걸음 한 걸음 걷다보면 황토 땅에서 느껴지는 푸근함이 있다. 가족과 연인과 손 잡고 다정히 거닐기 좋은 곳이다. 꼭대기에 외로이 서있는 느티나무가 성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것 같다. 좀 아찔한 맛이 있긴 하지만 성 곽 위에서 내려다보는 연두빛 들판과 동해바다의 장관은 일품이다.

이번 주말 양포항에 들러 유명한 아귀요리를 먹고 다음 날 아침 동해바다의 일출을 즐기자. 초롱구비 마을에서 모처럼 여유롭고 푸근한 한 때를 보내보자. 천년 역사를 간직한 영일장기읍성을 따라 걸으며 영일만 전경을 가슴에 품어보자. 근처 밭과 언덕엔 온통 산딸기 나무다. `장기 산딸기 문화축제`로 조용하던 마을이 들썩거린다. 돌아가는 길은 웃음 한가득, 추억 한가득이다. 박목월의 `밤에 쓴 인생론`의 양포항의 아름다움을 느껴보자.

/김상현기자 sh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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