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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산딸기 문화축제… 10~11일 포항 장기면 일원

김상현기자
등록일 2011-06-03 20:49 게재일 2011-06-03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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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나라의 황제 만력제는 반딧불 놀이를 즐겼다고 한다. 궁녀들을 태운 배를 연못에 띄우고 황제는 갈대 초롱을 열어서 반딧불이를 날린다. 반딧불이가 날아가 한 궁녀의 부채 위에 앉는다. 그 궁녀가 하룻밤의 영광을 안게 된다. 황제의 정력 충전은 당연지사. 잉어를 죽지 않을 정도로 몽둥이로 패면 눈물을 흘리는데 그 눈물도 받아 먹어봤다. 고기를 주둥이가 긴 병 속에 넣어 여우에게 주면 먹지는 못하고 침만 흘린다. 그 침도 먹어봤다. 효과가 없자 결국에는 밤마다 산딸기를 한 움큼씩 먹었다고 한다. 산딸기가 몸에 좋다고 해서 나온 일화다. 초여름 제철 과일을 꼽아보면 참외, 복숭아, 수박 등 몇 가지를 떠올릴 수 있겠지만 6월의 진정한 제철과일은 산딸기가 아닐까 싶다. 등산이라도 가야, 그것도 운이 좋아야 따 먹을 수 있는 것이 산딸기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 초여름 제철과일 `산딸기`

이미 포항시 장기면의 일대는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재배면적을 자랑하는 무공해 산딸기 생산단지가 조성돼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산딸기에 대해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산딸기를 좋아하는 사람과 좋아하지 않는 사람 중 누가 더 좋은 사람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산딸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싫어하는 사람이 누릴 수 없는 행복을 맛볼 수 있다”

산딸기의 상큼한 맛과 향을 음미하면서 산딸기를 좋아하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행복을 누릴 기회가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제3회 장기 산딸기 문화축제`가 10~11일 이틀간 포항시 장기면 장기초등학교 운동장과 양포항에서 열리기 때문.

올해로 3회째를 맞는 이번 축제는 관광객들이 싱싱한 산딸기를 산지에서 저렴하게 살 수 있고 산딸기 막걸리, 산딸기 쨈 등 갖가지 산딸기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또 불꽃 쇼, 락밴드 공연, 작은 음악회, 민요 한마당, 각설이 공연, 사진 전시회, 고구려 대북공연, 멀티댄스, 가수공연, 경기민요 공연, 각설이 공연, 동춘서커스, 다산 정약용 유배 재연, 페이스 페인팅 등을 비롯한해 블루베리와 문어, 젓갈 시식회, 산딸기 담금주 시음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이와 함께 산딸기를 비롯 문어, 미역, 블루베리 등 장기지역 특산물 특판장도 운영한다.

장기면은 국내 3대 산딸기 생산지 중 하나로 꼽힌다. 해안선을 접하는 준 산간지역에다 면 전체가 남쪽을 향하고 있어 일조량 등 성장 여건이 다른 지역에 비해 산딸기 재배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여기다 농약이나 비료를 사용하지 않은 무공해 생산을 하기 때문에 산딸기 고유의 맛과 향을 간직하고 있다.

▲장기면 주소득원

산딸기는 초여름 장기면의 주소득원이자 장기면의 큰 자랑거리다. 포항시 장기면 일대는 470여 농가가 약 75㏊ 면적에서 산딸기를 재배하고 있다. 지난해는 약 600여t을 생산해 47억5천만 원 상당의 소득을 올렸다. 특히 산딸기가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다이어트 효과가 있고 여성과 남성 호르몬을 활성화하는 참살이 식품으로 알려지면서 장기면에서 생산된 산딸기의 75%가량이 대구, 부산 등 대도시로 판매돼 소비자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산딸기는 신장을 튼튼하게 한다. 또 눈을 밝게 하며 성 기능이 떨어진 사람에게 좋다. 야뇨증, 당뇨병에도 뛰어난 효능이 있다. 최근에 산딸기가 항암성분이 있다는 것이 밝혀져 암 치료에 약재로도 사용하고 있다. 항암작용뿐만 아니라 각종 질병에 대한 면역증강 효과도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다.

장기면 산딸기의 기원은 40년 전인 197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장기면장이 산딸기나무를 다른 지방에서 구해와 몇몇 농가에 추천했다. 하지만, 당시 포도를 주로 재배하던 농가 들은 “그깟 산딸기가 무슨 돈이 되겠느냐?”라며 아무도 심지 않았다. 하지만, 한두집에서 수확한 산딸기가 죽도시장으로 팔려나가면서 포도와 산딸기의 전세는 역전되기 시작했다. 돈이 된다는 소문에 장기면의 들판은 무서운 속도로 산딸기가 뒤덮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요즘 장기 산딸기작목반 470여 농가 회원들은 산딸기 수확으로 들떠 있다. 1일 찾아간 장기산딸기 재배단지에는 빨갛게 익은 산딸기의 자리를 설익은 초록빛의 산딸기가 대신하고 있었다.

산딸기 밭을 안내한 정귀영 작목반장은 “이 단지에는 홍딸기와 흑딸기 두 종류가 재배되는데 6월 한 달 동안 수확이 진행된다”며 “홍딸기는 달콤새콤한 맛, 흑딸기는 높은 당도를 자랑한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홍딸기 나무와 흑딸기 나무를 섞어 심어야 수확량이 많아지는데, 도대체 이유를 모르겠다. 아마도 음양의 이치인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또 “축제가 열리는 11일이면 산딸기 수확이 절정에 달할 것 같다”며 “싱싱한 제철 딸기가 가장 좋지만, 철이 지나면 냉동 산딸기를 우유나 요구르트와 함께 갈아먹으면 그 맛도 일품”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40년 전통의 장기 산딸기가 10여 년 밖에 안된 홍천 산딸기보다 유명하지 못한 것이 속상하다”며 “장기 산딸기의 브랜드화를 위해 산딸기 축제기간 연장, 산딸기 가공식품개발 등 포항시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다산 정양용의 유배지

신유박해 때 다산 정약용의 유배지였던 장기면. 장기에서 그가 남긴 180여 편의 시와 글은 장기의 유적으로 남아 200년이 지난 지금까지 진한 향기를 품어내고 있다. 다산 정약용이 살아 있다면 장기 산딸기 한 상자라도 보내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한국 최대의 실학자는 `여유당집`만 남긴 채 이 땅 어디에도 없다. 문어와 아귀의 주생산지로 유명한 양포항, 1천년 역사의 발자취인 영일장기읍성, 민박집 인심을 느낄 수 있는 산서리 초롱구비마을 등이 인근에 있고 있어 축제 기간이 아닌 때에 방문해도 좋을 듯하다.

바다와 산의 절묘한 어울림이 있는 곳, 장기면에서 다음 주말 펼쳐지는 `맛있는 붉은 축제`가 기다려진다.

/김상현기자 sh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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