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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엽제 매립,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

김진호 기자
등록일 2011-05-31 21:35 게재일 2011-05-3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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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에 유해한 독극물이 포함된 고엽제가 경북 칠곡군 왜관의 캠프캐롤 기지 땅에 묻혔다는 충격적인 뉴스가 온 나라를 뒤흔들고있다. 뉴스의 발단은 최근 미국 애리조나주의 한 방송사에서 3명의 전직 주한 미군들이 1978년 경북 칠곡에 있는 미군기지 캠프캐럴에 고엽제 `에이전트 오렌지`가 든 55갤런 드럼통 250개를 땅에 묻었다고 증언한 데서 비롯됐다. 이 증언은 언론이 조사한 미8군 기록문서와 주변 지역의 토양오염 조사결과 등을 통해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미군의 고엽제 사용은 제 2차 세계대전부터 시작됐다. 특히 미군은 베트남전에서 1965년 비로소 `에이전트 오렌지`라고 불리는 효능이 뛰어난 제초제를 개발해 대량 살포하기 시작했다. 제초제를 담았던 통이 오렌지색이란 이유로 붙여진 이름인 `에이전트 오렌지`를 우리 군인들은 밀림에 살포하면 잎이 마른다고 해서 `고엽제`라 불렀다.

미 공군은 산하에 고엽제 전담 부대까지 편성해 베트남 전역에 7천200만ℓ의 고엽제를 살포했고 그 결과 전쟁에서 큰 성과를 거두었다. 고엽제에는 다이옥신이라는 맹독성 물질이 포함돼 있었으나 처음 고엽제 살포 당시에는 다이옥신의 맹독성이 알려지지 않았고 고엽제에 포함된 것도 몰랐다고 한다. 처음 고엽제의 문제점을 제기한 것은 1966년 미국과학자협회였다. 이 협회는 1967년 대통령 과학자문위원회에 고엽제 사용 금지 청원서를 제출했고, 미국 정부는 1970년 4월 베트남에서 고엽제 사용을 전면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베트남 주둔 미군에 남아 있던 518만ℓ의 고엽제는 1972년 고온의 소각로를 설치한 배를 이용해 공해상에서 처분했다.

문제는 우리나라에서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1968년과 1969년 2년 동안 비무장지대에 고엽제 8만ℓ가 살포된 사실이 지난 1999년 언론에 공개된 바 있다. 미군 증언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1970년 고엽제의 유해성을 인정해 고엽제 사용을 금지한 뒤인 1978년에 고엽제 드럼통을 묻었다는 얘기다. 베트남에서는 쓰다 남은 고엽제를 공해상에서 소각 처분했는 데, 어째서 우리나라에서는 고엽제 드럼통을 그대로 땅에 묻었을까.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어쨌든 수많은 고엽제 드럼통이 지난 30여 년간 우리 땅에 묻혀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진 만큼 하루빨리 정부와 주한 미군은 매립 전모를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 한국의 다른 미군기지에서도 고엽제를 매립했는 지 여부도 미군은 밝혀야 한다. 이미 녹색연합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 참여연대 등이 미군 주둔 이후 한반도 내에서 고엽제와 다이옥신 등 유독물질을 취급하고 반입ㆍ반출한 내용에 관한 정보를 요구할 방침이어서 피해갈 수 있는 사안도 아니다. 문제가 있으면 있는 대로 밝히고, 오염과 정화대책을 세워나가야 할 일이다. 우리 후손에 물려줄 이 땅과 강, 그리고 지하수가 고엽제라는 극독물에 오염돼서야 될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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