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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엽제, 한 점 의혹도 없어야 한다

이경우 기자
등록일 2011-05-25 21:20 게재일 2011-05-2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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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관합동조사단이 23일 왜관 캠프캐럴의 고엽제 매몰 의혹과 관련, 현지 조사를 벌였다. 같은 날 미8군사령부는 지난 1978년 캠프캐럴에 `특정물질` 이 매몰됐다고 밝혔다. 전 주한 미군병사의 양심선언과 시기 장소가 대체로 일치한다. 그런데 그 특정물질이 살충제와 제초제 화학물질 솔벤트 용액이 담긴 많은 양의 드럼통이라고만 했을 뿐 고엽제가 포함됐는지 특정하지는 않았다. 또 그것을 1979년과 1980년 다른 곳으로 옮겼다고 하면서 어디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고엽제 매몰과 향후 조치에 대해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한 점 의혹도 없어야 할 것이다.

이번 고엽제 파문은 주한 미군 병사의 양심선언에서 비롯됐다. 그는 몇 차례나 주 정부와 언론에 이 사실을 제보했으나 모두 묵살 당했다고 실토했다. 미군 당국이 그의 폭로 이후 비밀리에 처리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8군도 그런 기록을 찾았다고 했고 부대 내 매몰 의심지역을 자신 있게 공개하는 것도 그렇다. 또 신속히 합동조사에 합의하고 모든 정보를 공유하겠다는 자세에서 그런 느낌을 지울 수 없다. 2004년 기지 내 일부에서 극소량의 다이옥신이 검출됐다고 밝힌 것도 그렇다. 미군측이 진실 규명에 진정성을 보여야 하는 이유다.

캠프캐럴은 낙동강 본류에서 불과 1km 떨어져 있고 마을과 인접한 곳이다. 이곳에는 미군 뿐 아니라 카투사와 많은 한국인 근로자들도 근무했고 하고 있다. 다른 곳으로 옮긴 것이 사실이라면 어디로, 왜, 어떻게 옮겼는지도 밝혀져야 한다. 유영숙 환경부장관 후보자가 국회 청문회에서 다른 부대로 옮겼다고 말했는데 필요하다면 전 미군부대를 조사해서라도 국민의 불안을 해소시켜야 한다. 그리고 누구보다 피해를 입었을 지역민들의 피해보상을 위해 지금이라도 역학조사를 서둘러야 한다.

한일 월드컵이 한창 뜨겁던 2002년 6월, 경기도 파주에서 발생한 효선이 미순이 사건은 미군에 대한 한국인의 반감을 미국으로 확대해서 극한으로 몰고 간 대표적 사례다. 이 사건은 일의 발생보다 그 대응책과 마무리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각인시켜 준다. 미군은 이미 30년도 더 지난 일이라고, 또는 전임자가 저지른 일이고 아무런 정보나 서류를 인계받은 바 없다고 무책임하게 대응하면 또 다른 사태를 야기할 것이다. 진실 규명과 사과가 뒤따라야 한다. 정부도, 미군측도 진실을 호도해서 사태를 키우는 어리석음은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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