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명 선생은 1919년 칠곡군 왜관읍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으며, 대구사범학교 심상과에 다니면서 조전(鮮展)에 4회 입선하는 등 그림에 재능을 보였고,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했음에도 불구하고 미술가로서 많은 작품을 제작했다. 1939년 김천 남산정 심상소학교 및 김천고등여학교 교사를 시작으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교사를 두루 섭렵했고, 1962년부터 작고할 때까지 대구교육대학 미술과 교수로 재직했다.
작품 활동은 일제시대 선전 4회, 해방 후 국전에서 여러 차례 입선했고, 1940년부터 1980년까지 6회 개인전을 개최했다. 지난 1993년 작고 10주기 기념 유작전(대구문화예술회관 기획)이 개최돼 그의 작품이 조명됐고, 이후로도 대구지역의 해방전후 미술계를 이어왔다는 점에서 근현대 미술의 과도기의 특징을 보여주는 작가로 인정받는다. 한편 그는 1978년 누드화를 중심으로 한 `나상회`를 결성에도 참가하는 등 지역 미술인들과 많은 교류 관계를 가지고 영향을 끼쳤다. 이번 전시에는 1939년에서 1978년 사이에 제작된 유화, 수채화, 수묵화 등 아직 전시를 통해 공개되지 않은 미발표작 50여점을 위주로 선보인다. 이 작품들은 1980년대 아카데믹한 화풍 이전까지 전개된 초기와 중기의 작품세계라 할 수 있으며, 초기의 수채화와 중기의 유화 작품들을 통해 선생의 개성과 작품세계 전체를 이 작품들을 통해 조망해 볼 수 있다.
그의 작품은 목가적인 서정과 천진무구한 동심의 세계를 사실적으로 그린 화가로 평가받는다. 주로 자연주의적 양식으로 일관된 그의 회화세계는 자연과 인간을 향한 연민과 우수, 인간이 안주하고 싶은 유토피아, 그러면서도 청렴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참다운 삶의 세계를 보여준다.
이번 전시의 특징은 김수명 선생의 안온한 자연주의 화풍의 변화를 가져온 시기인 1950년대 후반에서 1960년대 전반기 사이에 제작된 추상화돼가는 구성적 화면을 특징으로 한 유화 대작 2점을 선보인다. 작품 `노변`(1962)과 `양지` (1962)는 자연주의적 화풍으로 일관했던 그의 작품시기 가운데 추상적 조형의지를 보여주는 대표작이다. 이 작품들은 그 시기 전후로는 볼 수 없는 대형작품이면서도 다른 재현적인 작품과는 현격한 차이를 보여주어 작가의 자유로운 창조적 역량을 보여준다. 주제면서도 관념적인 주제의식이 부각되어, 1940년대 초기작에서부터 전개된 이상향과 같은 상징적 표현과 작가가 가진 문학적 감수성이 어우러진 것을 볼 수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