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원 이상의 재산을 갖고 있으면서도 건강보험료는 월급 100만원 이하인 직장인 수준으로 낸다면 정상적일까? 정상적인 사람들은 이에 답하기에 앞서 과연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고 반문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민주당 최영희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직장가입자 및 개인사업장 대표자 보수월액 구간별 재산현황`에 따르면 월 급여가 100만원 이하이지만 재산이 100억원(과세표준액 기준) 이상인 직장가입자가 149명이었다고 한다. 이 말은 100억원이 넘는 재산가지만 직장을 가지고 있고, 그 직장에서 받는 월급이 100만원 이하이기 때문에 건보료는 100만원 이하 월급자처럼 평균 2만2천255원만 낸다는 얘기다. 직장가입자 전체의 평균 건보료가 7만4천849원이니 이의 30%에도 못미친다. 이들만 있는 게 아니다. 건보공단 자료는 재산 100억원 이상이면서 월급 100만~200만원인 직장가입자 439명(평균 건보료 3만9천265원), 200만~300만원 직장가입자 430명(평균 건보료 6만5천928원)으로 이들 모두 직장인 평균보다 적은 건보료를 내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100억원 이상은 아니지만 수십억원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일반 직장인보다 훨씬 적은 건보료를 내는 사람은 부지기수라고 한다. 믿어지지 않지만 사실이다.
이러한 일이 발생하는 것은 건강보험료를 책정하는 제도상의 허점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현행 제도는 직장가입자의 경우 재산규모와 관계없이 월 임금 급여만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부과하고, 직장이 없는 지역가입자의 경우는 주택 등 재산이나 종합소득 등을 근거로 건보료를 책정한다. 100억원이 넘는 재산을 갖고 있으면서도 월 100만원 이하의 직장인이 생기게 되는 배경이라 할 것이다. 이들이 만약 직장이 없는 지역가입자로 분류된다면 자동차나 임대소득 등을 제외한 보유재산만으로도 월 24만원이 넘는 보험료를 내야한다고 한다. 재산가로서 사회에 기여를 좀더 해야할 여유있는 사람들이 팍팍한 생계를 힘들게 꾸려가는 진짜 직장인들의 돈을 빼내 쓰는 셈이니 참으로 분노할 일이다. 직장을 갖고 있지 않으면서도 있는 것처럼 위장취업해 직장가입자격을 취득했다가 적발된 사람이 지난 2009년 487명이었다가 작년에 1천103명으로 급증했다고 한다.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가들은 개개인의 실제 부담 능력에 비례해 사회보험료를 물리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지난 2000년 직장건강보험과 지역건강보험의 통합 이후 드러난 건보료 형평성 등 여러가지 문제들을 정부가 총점검해 좀 더 세밀하고 합리적인 틀과 구체적 실천 방안들을 새로이 도출해내야 할 시점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