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엽제 공포의 핵심 다이옥신
고엽제(枯葉濟)는 한자 뜻 그대로 잎을 마르게 하는 약제다. 월남전 때 미군이 적 게릴라 잠복을 막기 위해 밀림을 제거하는 데 썼다. 미군이 제초제라고 우긴 이유다. 그러나 유엔은 `제네바 일반의정서`에서 사용 금지한 화학무기로 보고 베트남전 이후엔 감시하고 있다.
베트남전 때 미군은 이 약제를 쉽게 식별할 수 있도록 용기에 오렌지색을 칠했다. 그로 인해 고엽제는 대체로 `에이전트 오렌지`(Agent Orange)로 불렸고, 고엽제 살포는 `오렌지작전`이라 불리기도 했다. 미군은 1960~71년 사이 베트남 국토의 15%에 달하는 광범한 지역에 이 고엽제를 살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중 80%는 한국군 작전지역에 해당한다는 설명도 보인다.
이 고엽제가 문제 된 주 요인 중 하나는 제조과정에서 들어가게 된 독극물질 `다이옥신`이다. 미국 스스로 1969년 동물실험을 통해 밝혀낸 바다. 이 다이옥신이 인체에 들어가면 5~10년 뒤 신경계마비와 각종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이옥신은 독극물인 청산가리보다 1만 배, 비상(비소)보다 3천 배나 강한 독성을 가진 것으로 얘기된다.
증언들에 따르면, 그런데도 당시 베트남에선 그런 위독성을 모른 채 병사들이 고엽제를 손으로 뿌렸다. 모기 쫓기에 좋다면서 비행기에서 뿌려지는 고엽제를 몸에 일부러 맞기도 했다. 하지만 1970년대 들면서 참전 장병들에서 원인 모를 병이 생기기 시작했다.
베트남 정부는 자국민 약 200만명이 고엽제 후유증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1994년 발표한 바 있다. 우리 참전군인들 중에선 13만여 명이 고엽제 후유증이나 그 의심증상을 보인다는 통계가 나와 있다. 말초신경병, 당뇨병, 폐암, 버거병, 후두암, 염소성 여드름, 임파선암 등등이 그것이다. 그 중 2만3천여 명이 상이등급을 인정 받은 것으로 집계돼 있다.
◇참전용사들 경악
고엽제 폐해를 체험한 베트남 파병 용사들은 이번 소식에 과거의 악몽을 되살리며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고엽제전우회 경북지부 윤한우 지부장<사진>은 “흔히 수영장에 고엽제가 1g만 들어가도 수영장 전체가 다른 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극한 독극물로 변한다”면서 “베트남전 때도 미군이 고엽제를 뿌리면 이틀만에 모든 나무가 고사했다. 당시 고엽제가 뿌려진 자리에 작전을 하러 들어갔던 사람들은 현재 후유증으로 죽거나 심각한 중증 장애를 앓고 있을 정도”라고 경고했다.
윤 지부장은 또 “현재 판명된 고엽제 합병증은 35가지이며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고엽제는 그 자체로도 독극물이지만, 조금만 맞아도 면역력이 바닥으로 떨어져 합병증을 일으키게 되는 무서운 약품”라고 말했다. 때문에 전우회 측은 우리나라 베트남 파병용사들 중 1급 판정을 받고 현재까지 살아 있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고 전했다. 60세가 되기 전에 고엽제 합병증에 의해 모두 사망한다는 것이다.
윤 지부장은 “이러한 고엽제가 우리 땅에 묻혔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자기네 나라 땅이라면 상상도 안 했을 일일 것”이라며 “당국이 나서 사태를 파악하고 만약 사실이라면 재빨리 정화조치를 취해야 할 뿐 아니라 미군도 엄정히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염 사고 잇따른 왜관 기지
고엽제
매립 증언이 나온 캠프 캐럴은 앞서도 여러 차례 환경 오염 문제를 일으켰던 기지다.
우선 2004년까지만 해도 비가 오는 날이면 부대에서 외부로 나가는 작은 하천을 통해 기름이 유출됐다. 그 물은 낙동강으로 흘러들게 돼 있고, 그 때문에 칠곡군청은 그때마다 방제작업을 벌이느라 애를 먹어 수시로 미군 측에 기름 유출 방지를 촉구했다.
2000년엔 석면 오염이 심각하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미 군무원들이 소속된 미연방공무원 노조(NFFE)가 제기한 문제로, 기지 내 건물을 철거하거나 수리하면서 대부분 미직장안정청(OSHA)의 기준을 무시하고 작업을 강행했다는 것이다.
/신동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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