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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비 ... 고 성 만

관리자 기자
등록일 2011-04-27 21:17 게재일 2011-04-2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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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만장한 사내가

방안으로 들어와

머리맡을 밟는다

산목(山木)을 베러 떠났던 지아비

자진모리를 안고 살아가는

아낙의 머리채가 풀어져

진양조로 흘러내린다

기다려도

오지 않던 이

홀로 떠나가선

돌아오지 않던 사내가

아낙의 풀어진 가슴을 쓸어모아

방안으로 들어온다

`올해 처음 본 나비`(2002)

해방 전 후, 그 이후에도 상당 세월동안 우리는 이러한 가슴 아픈 일들을 봐왔다. 지아비는 벌목하여 돈 벌러 함경도 강원도 떠나고, 홀로 남은 아낙네가 그 지아비를 기다리며 자진모리 가락 같은 가파르고 어렵게 살아가는 모습의 풍속도 하나를 우리는 이 시에서 본다. 환청으로 들리는 지아비가 돌아오는 소리는 결국은 밤비내리는 소리일 뿐이지만 그러나 끝끝내 지아비를 기다리는 아낙의 눈물겨운 삶이 감동적으로 그려진 작품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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