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 원전측에 따르면 사고는 원전 3호기에서 작업자가 전기가 끊어진 것으로 착각, 전력 모선을 건드리면서 발생했다. 3호기는 예방 정비 과정 중이었고 4호기는 곧 비상 디젤발전기가 가동돼 전력을 공급, 안전에는 이상이 없다는 게 원전 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현장에는 고리원전과 전문업체 직원들도 있었지만 작업자의 초보적인 실수조차 잡아내지 못했다고 한다. 사고가 난 3, 4호기가 같은 전원 계통을 사용, 한 곳에 이상이 생기면 다른 곳에도 전력공급이 끊기는 설계상 문제점도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선 경미한 사고였고 비상 발전기가 가동돼 안정적으로 전원 공급이 됐다는 당국의 설명이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후유증`을 앓고 있는 국민의 불안과 우려를 해소할 수 없다. 고리원전에선 지난 2008년 이래 이날 사고가 발생한 3호기 4건을 비롯, 모두 8건의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르기도 했다. 천재지변이 아니라면 원전 사고는 착각과 실수가 큰 재앙으로 이어진다. 이번 사고는 인재(人災)다. 비상발전기 가동으로 원전 안전에 이상이 없다는 설명뿐 아니라 원전 정비시스템과 직원들의 안전 수칙 준수 여부에 대한 총체적 점검 계획도 함께 내놓아야 한다.
3, 4호기의 사고에 대해서 신중하고 철저한 조사와 점검이 뒤따르길 기대한다. 이런 과정에선 협력사, 원전운영사, 감독기관 간에 사고 원인 및 사후 조치 등에 관한 정확한 정보 전달 및 과학적 평가가 일치되고 공유돼야 국민의 걱정을 덜어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