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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폭 위의 순수한 예수·생명, 그리고 南美

윤희정기자
등록일 2011-04-11 19:57 게재일 2011-04-11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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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종 초대전… 12~24일 대구 대백프라자갤러리

`바보 예수`와`생명의 노래`, `라틴 아메리카` 등 연작들로 잘 알려진 중견화가 김병종(58) 서울대 교수 초대전이 12일부터 24일까지 대구 대백프라자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회는 지난 54년간 순수 복음방송으로서의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한 극동방송의 대구 개국(지사장 강흥식)과 부활절을 기념해 마련됐다.

대구극동방송이 주최하고 월간매거진 `NEW LOOKS`를 발행하는 대구기독교문화선교회가 주관하며 (재)대백선교문화재단과 (주)대구백화점이 후원하는 이번 전시에서 김병종 교수가 그동안 국내·외 주요전시회를 통해 보여 줬던 `생명의 노래`와 `라틴 아메리카`, `바보예수` 연작 등 30여점이 소개될 예정이다.

동·서양을 접목시킨 독창적 화풍으로 잘 알려져 있는 김병종은 예수를 옆집 아저씨처럼 친근하게 그려낸 대표작 `바보예수` 연작으로 국내·외적으로 엄청난 논란과 호평을 받은 적이 있다.

`바보예수`는 그림이면서 그 이상의 의미로 신앙 고백이고 애절한 기도이다. 어린 아이가 “엄마 바보야”라고 말하고 연인 사이에 “자기 바보야”라고 말하듯이 애정의 우회적 표현으로 예수님에 대한 작가의 사랑과 존경의 표현을 담은 작품이다.

`바보예수`와 함께 선보이는 `생명의 노래` 연작은 김병종의 또 다른 대표작으로 동양 사상에 기반을 둔 조형적 탐구가 주제이다.

작품에 나타나는 도상들의 의미는 작가 자신의 어린 시절부터 익히 보아왔던 자연 대상에 대한 그리움의 정서적 환기이자, 피폐해 가는 산업화 이면에서 그가 발견한 또 다른 생명의 메시지로 파악될 수 있다. 닥종이를 부조처럼 붙여 올린 위에 채색을 하고, 때로는 힘찬 필선과 엷은 바림만으로 화면을 채우는 `생명의 노래`연작들은 옛 토담과 장판을 대하듯 정겹고 따뜻한 이미지를 자아내고 있다.

또한`라틴 아메리카` 시리즈는 작가가 남미의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남미 서민의 모습을 원색의 화려하고 강렬한 색채로 표현한 작품들로 `라틴화첩기행`을 출판했던 작품이기도 하다.

화면 전체를 하나의 유토피아로 구상하고 자연물을 아름다운 색채와 함께 자유롭게 조화시킨 그의 작품 속에는 어린아이 그림처럼 자유로운 상상력을 간직한 작가의 순수함을 또한 엿볼 수 있다.

문학과 미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예술 작품 활동을 꾸준히 마련해 오고 있는 김병종 교수는 1989년 신림동 고시촌에서 연탄가스에 중독 돼 빈사지경까지 갔다 온 경험이 그의 작품세계에 있어 커다란 변화에 계기가 된 셈이다.

`생명의 노래` 연작은 꽃과 나무, 아이와 학, 물고기와 새가 서로 다정하게 바라보면서 생명의 기쁨을 함께 나누는 데에서 시작되고 있다.

작품 중앙의 붉은 꽃잎은 마치 쉴 새 없이 뛰어 오르는 심장처럼 건강한 생명력을 상징하며, 일상의 소중하고 진솔한 모습들을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담아내고 있다.

동양의 정신성과 서양의 방법론을 접목시키는 작업을 꾸준히 모색해온 화가답게 그의 작품 속에는 여백의 미를 적절히 활용한 공간구성을 통해 형상보다 정신을 중요시하는 사의성(寫意性)이 담겨져 있다. 전통과 현대, 구상과 추상, 비움과 채움, 순수함과 기운생동이 한 화면에 조화롭게 공존하는 것은 김병종 교수만의 또 다른 매력이다.

작가는 1953년 남원에서 태어나 서울대와 동 대학원에서 회화를 전공했다. 서울, 파리, 시카고, 브뤼셀, 바젤, 도쿄, 베를린 등에서 수십 차례의 개인전을 가졌고, 수백 회의 국내외 기획전에 참여했다. 대영 박물관, 온타리오 미술관,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등이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서울대 미대 학장을 역임했고, 유가 철학으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문의 (053)420-8015.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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