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남을 보면 참 재능이 특출한 예인(藝人)이라는 생각에서 감탄을 하게 되는데 물론 이 점은 가수로서의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고 미술의 영역에도 고스란히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그의 경력란을 보면, 본격적인 미술 수업을 받은 적이 없다. 고1때 교지 제작의 삽화 담당으로 발탁됐다는 사실과 고3때 미술부장을 역임했다는 것이 미술과 관계되는 기록일 뿐, 그 후엔 별다른 미술 수업을 받은 흔적이 없다. 음악은 정식 음악대학을 다녔으니까 본격적인 수업을 받았다고 할 수 있으나 미술은 순전히 독학에 의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조영남 전은 그간 작가 조영남이 보여줬던 다양한 작품들을 그림, 음악, 문학이라는 키워드로 집약해 선보이고 있다. 전시장에는 지금껏 그의 대표적인 상징물이 돼버린 화투그림과 바둑알 그리고 소쿠리 등의 오브제 작품뿐만 아니라 음악세계와 그의 문학세계를 미술작품으로 표현한 작품 등도 함께 전시된다.
화투장을 콜라주하든, 태극기를 그리든, 바둑알을 콜라주하든, 그가 지금까지 작업해 온 평면 회화에서 공통되는 것은 일루전(Illusion)의 탈피다. 언제나 직접적 현실로 되돌아와 있다. 화투장, 태극기, 바둑알은 그 자체가 이미 현실의 물체다. 이처럼 조영남의 그림은 극히 예술적으로 보이지 않는 소재들만을 골라 작품화시킨다. 즉 그의 작품은 세상을 뒤엎는 일종의 혁명의 도구였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림, 음악, 문학 등 각 테마별로 평면 혹은 오브제로 조형화된 작품 60여점과 설치작품 5~6점 등이 전시되며, 이번 전시와 더불어 수성아트피아 용지홀에서는 17일 오후 7시 조영남 콘서트도 함께 개최된다.
문의 (053)668-1566.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