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는 물체가 빛을 가려 나타내는 검은 형상을 말한다. 그림자는 붙어다닌다는 뜻으로도 쓰이고 물체나 인물의 됨됨이 같고, 닮았다는 것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그래서 자식은 아비의 그림자요, 제자는 스승의 그림자란 말을 쓴다. 그림자는 형상의 물체가 행동하는 대로 움직인다. 셰익스피어는 그의 희곡 `멕베스`에서 “인생은 걸어다니는 그림자”라고 했다. 우리의 인생은 하루살이에 불과하다. 결국 인생은 그림자의 꿈에 해당되는 것이다. 인간 자체가 한 개 그림자가 아닌가. 잠깐 나타났다 사라지는 이슬 같은 것이라고 했다. 왜 많은 사람들이 인생을 하나의 그림자로 여겼을까? 궁금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분명 운명론적 아픔이다. 중국의 시인 이태백은 인생의 허무함을 노래하면서 그가 읊은 시에 “꽃 아래 한두 독 술을 놓고/홀로 앉아서 마시노라/ 잔 들자 이윽고 달이 떠올라/그림자 따라 세 사람 일세/달이 술을 마실줄 모르고/그림자만 나를 따라 다녀도/달과 그림자 데리고서/함께 즐기는 이 기쁨이며/내 노래하면 달도 거니는듯/ 내 춤을 추면 그림자도 따라라/께이면 함께 즐기는 것을/취하면 모두 흔적이 없어/이리 이 정을 서로 맺어/오는 날 은하수에서 또 만나리” 그림자는 허상이 아니고 실상이다.
`환영(幻影)의 인생`이란 글을 쓴 업손이라는 철학자는 “나의 날들은 환영의 연속이며 희망의 그림자를 쫓는 나날이었다. 참인생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때로는 이런 말도 있다. “거짓 친구란 우리들의 그림자와 같다. 양지를 걸을 적에는 우리들에게 접근해도 그늘에 들어 가자마자 우리들을 버린다”는 인간의 약은 관계를 한탄하기도 한 것이다. 짧은 인생 살아오면서 우리는 후세에 어떤 그림자를 남길 것인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림자는 자취요, 흔적이다. 인간 자체가 한 개 그림자가 아닌가. 잠깐 나타났다 사라지는 이슬 같은 것이 아닌가? 그림자는 내 영상이다.
/손경호(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