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을 국가의 개념으로 바꾸면 납세(納稅)와 국방(國防)의 의무가 된다. 현대에 와서 정치적 고려로 근로와 교육의 의무를 추가했지만, 원래 모든 국민의 기본 의무는 납세와 국방이다.
이렇게 본질적이고 생래적인 의무였기 때문에, 이 두 의무는 항상 가혹했고, 그것을 피하기 위한 노력도 역사가 깊다.
특히 국방의 의무는 목숨을 걸고 이행해야 하는 것이었으므로 피하고자 하는 욕구가 더 치열했다.
신분이 있던 시대에 노예는 국방의 의무를 지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군역(軍役)을 피하기 위해 양민이 스스로 신분을 낮추어 노예로 입적하기도 했고, 아예 호적을 없애버리고 유랑민이 되기도 했다.
심지어 자신의 몸을 상하게 하여 불구를 자초하기도 했다.
오늘날 군대에 가지 않기 위한 노력도 그처럼 눈물겹다. 아들이 없이 돌아가신 친척에게 양자로 입적하여 아버지 돌아가신 외동아들이 되는 방법은 고전적인 방법이고, 유학을 가서 징병연령을 넘기고 귀국하는 것은 귀족적인 방법이다.
멀쩡한 몸을 병들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흔한 방법이고, 부모가 주신 자신의 몸을 일부러 상하게 해서 군대에 가지 않는 것은 슬픈 방법이다.
어느 것이나 당당하지 못한 처신이다.
어차피 이 집단에 속한 사람이, 집단의 기본적인 의무를 행하지 않고서 그 집단의 지도자가 되겠다는 것은 아무래도 당당하지 못하다.
그가 정치인이든 혹은 학자든, 자신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은 미안한 일이다.
사람이 살다 보면 잘못할 수 있다. 그런 일이 있었으면 사과하는 것이 옳다. 정운찬 교수 같은 분이 왜 이 난세에 나서서 저런 욕을 당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왜 사과는 안하고 자꾸 변명을 하는지는 참 의문이다.
/可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