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었던들,
생각이 저렇게
無邪할 수 있었을까.
아픔과 목마름이
없었던들,
꿈이 저렇게
화려할 수 있었을까.
김종길 시집 `해가 많이 짧아졌다`
(솔출판사, 2004)
시 `성탄제`로 우리에게 너무도 잘 알려진 김종길 시인의 최근 시집 `해가 많이 짧아졌다`(솔출판사)를 읽는다. 그는 우리 문단에서 과작(寡作)의 시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중섭은 박수근과 함께 우리 한국 현대미술사의 신화적 존재가 된 화가이다. 이 두 화가의 그림은 다른 화가들의 그 어떤 작품보다 시적 친연성이 깊어 그들의 삶이나 작품이 여러 시인들의 시 속에 자주 등장한다. 그의 작품 세계를 `無邪`(사악함이 없는 순수함)로 보는 것은 은박지와 엽서에 수도 없이 그린 아이와 물고기, 게들의 평화로운 세계를, `화려한 꿈`으로 보는 것은 새 한 쌍이 부리를 맞대고 있는 작품`부부`와 지붕 위에 내려다보고 그린`청기와`를 두고 말함인가. 이 가을날에 화가의 그림도 시인의 시도 나를 물들게 하기는 마찬가지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