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는 천 년 신라의 흥망성쇠를 지켜본 역사책 같은 도시다. 예술의 가치는 더 커 우리나라 역사에 신라와 신라 예술을 빼고는 어떤 자랑거리도 없다. 신라와 경주를 가장 상징적으로 내놓을 수 있고 그 다음이 서울이다.
석굴암 본존불은 당시에도 뛰어났지만 오늘에 이르러서도 세계적으로 빼어난 불교 예술 작품이다. 석굴암을 조성하는 데 쓰인 화강암은 활화산 최고의 열에 의해 결정체가 된 불국지대 장항석이어서 경주 최고의 돌이다.
다른 옷을 걸치고 다른 석재를 썼다고 생각해보면 이런 예술의 가치가 나오겠는가. 간다라 불상의 색깔이었으면 누구도 찾지 않았을 것.
신라 돌 예술은 질박한 단순미가 예술의 결정체이며 결기가 넘친 거친 면은 자연이 알아서 해결해 주었으니 누가 말하지 않아도 끌어안고 만지고 싶어진다. 어머니의 정감 같은 것이 작품에서 느껴지기 때문이었을까.
천 년을 넘게 어루만져 석탑의 모서리나 불상의 허리, 뺨 부분은 반들반들 윤이 난다. 이것이 예술의 생명이자 신라 예술이 위대하다는 증거다.
신라인들은 학문과 예술은 물론이고 생사윤회를 일상처럼 훤히 들여다보는 불교 철학 등 어느 것 하나 갖추지 않은 것이 없다.
경주의 미래 천 년
경주에는 지난 천 년이 있다. 도시가 살아 움직이는 것은 과거 천 년도 더 없이 중요하지만 미래 천 년을 볼 수 있는 지혜가 얼마나 있는가에서 생명력은 판가름난다.
지금 MBC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선덕여왕과 화랑들의 풍류도나 김동리 박목월의 스토리가 있었다면 미래 천 년을 이어줄 이야기는 바로 덧칠이 된다.
한국정신을 가장 강하게 표현해 내는 소산 박대성(小山 朴大成)미술관 건립은 과거 현재 미래를 이어줄 장치이니 여론에 휘둘리지 말고 서두르는 것이 좋겠다.
이참에 심천(心泉) 한영구(韓永久), 지홍 박봉수(知弘 朴奉洙), 내고 박생광, 청강 김영기, 청마 유치환 등 경주출신이거나 거쳐간 예술과 문학인들의 당대 최고 작품이나 유품들을 상설전시 할 공간을 두는 것이 날로 다양해지는 관광객들의 취향을 살리는 길.
또 한 두 시간 내에 둘러볼 사적지와 유료주차장은 무료화시켜 관광객들이 돌아서면 돈을 내는 짜증스러움에서 벗어나게도 해주게 하자. 심지어 철책 너머 한눈에 들어오는 사적지까지 푼돈에 가까운 입장료를 받는다.
이러니 시비가 있다. 경주시는 직접 걷는 방식 대신 영업이 잘되게 해서 세금을 더 많이 거두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것이 좋겠다.
감포(甘浦)는 달 감자를 쓴다. 감포 앞바다에서 잡히는 고기는 감칠맛이 절로 나는가 하면 이 일대에서 나는 양파나 감자 고구마의 당도는 다른 지방에서 나는 것보다 한 단계 높다.
요즘 추세는 보는 관광, 먹는 관광이다. 경상남도가 난중일기에서 나오는 `이순신 장군 밥상`을 재현하는 것처럼 경주 고유음식을 재현하는 것, 그리 어렵지도 않은 일을 행정 당국이 지금껏 놓치고 있다.
자립형 사립고 설립 반대하지 마라
한수원이 추진할 것으로 알려진 자립형 사립 고등학교 설립은 빠를수록 좋다. 이런 학교의 설립이 한참이나 늦었다고 보는 것이 더 정답일 것이다.
지금 시대의 교육은 국경이 없는 무한경쟁지대. 포스코가 들어선 포항은 경주에 비해 인구나 경제규모 면에서는 크게 앞섰지만 교육만은 한참이나 뒤떨어져 있었다.
포항교육이 지역을 벗어나 전국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었던 원인은 당시 포철이라는 튼튼한 재단에서 설립한 포철고등학교에서부터 시작됐다. 경주의 미래는 지금보다 더 나은 인재기 나오는 데서 보장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