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세 번째 봉사활동이다. 이번 봉사활동 장소는 석병교회 안에 있는 하늘마음이었다. 하늘마음요양원은 정애원과 비슷한 곳이었다. 내가 초등학교 때 정애원에 가서 여러 번 봉사를 했는데 중·고등학교에 입학해서는 정애원에 찾아가지 못해서 마음이 씁쓸했는데 이렇게 하늘마음요양원에 갈 수 있게 되어 기뻤다.
나, 새름이, 효정이, 유라, 별이, 시은이는 2층에 배정받았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가니 제일 먼저 문 밖으로 반쯤 몸을 빼고 누워계신 할머니를 발견했다. 제일 먼저 뵌 할머니라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드렸는데 나를 본척 만척 하고 소리만 꽥꽥 지르셨다. 무안해진 나는 얼른 걸레를 빨러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화장실 시설이 굉장히 좋았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쓰시는 곳이니 따뜻한 물도 콸콸 나오고 화장실 한칸 한칸 마다 공간이 넓었다. 하지만 걸레로 바닥을 닦는데 물기가 있는 곳을 걸으니 정말 쉽게 미끄러져서 위험했다.
밀대로 복도를 밀고 있는데 아까 그 할머니께서 “거기 아까 닦았다! 닦지 마라!” 라고 또 소리를 꽥꽥 지르셨다. 그뿐만이 아니라 가끔 우리 보고 욕도 하시고 뭐라고 소리는 지르시는데 알아듣지는 못해 정말 쩔쩔맸다. 우리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으니 그곳 아주머니께서 “이 방 할머니는 치매니까 신경쓰지마” 라고 하셨다. 그 할머니가 무섭긴 했지만 치매라는 사실을 알고 나니 안타까웠다. 멀쩡할 때는 그 할머니도 자식을 위해 힘쓰는 멋진 `엄마`였을 텐데 노년에 이렇게 된다는 사실이 너무 안타까웠다. 그 할머니 뿐만이 아니라 다른 할머니 한분도 `친구, 친구, 물, 물` 하시며 침대를 흔들고 계셨는데 많이 안쓰러웠다.
복도를 다 밀고, 방마다 이불을 다 털어드렸다. 이불을 다 털어드린 후 각 방 화장실에 두명씩 들어가 청소를 했다. 나는 새름이랑 화장실 청소를 했다. 나는 집에서 화장실 청소를 내가 하기 때문에 화장실 청소에 익숙했다. 변기는 새름이가 맡고 세면대, 거울, 세숫대야, 바닥은 내가 맡았다.
청소를 다 하고 나니 더 이상 할 일이 없어서 서성거리고 있으니 아주머니께서 쉬라고 하셔서 베란다에 나왔다. 밖을 보고 있는데 건물 밖으로 소와 송아지가 있는 것이 보여서 새름이랑 밖으로 나갔다. 소를 가까이서 보기 위해 길을 찾으러 운동장 쪽으로 나왔는데 소 쪽으로 가는 길은 없고 봉봉이 있었다. 아무도 없어서 `놀아도 되나...` 하고 망설이다가 민정이를 뒤따라 들어가서 잠시 놀았다. 5분정도 있다가 민경이가 들어가야 될 것 같다며 들어가는 바람에 다같이 들어갔다. 1층에서 유아용 동화책을 보다가 2층으로 잠깐 올라갔다 다시 내려오니 친구들이 할머니, 할아버지 앞에서 장기자랑을 하고 있었다. 노래도 다같이 부르고 몇몇 애들이 나와서 춤도 추니 할아버지, 할머니들께서 즐거워 하셨다. 그 중 보라색 옷을 입은 할머니 한분께서 제 딸이 숙명여대 성악과 교수라고 하셨다. 그러자 옆에 계신 할머니께서 “숙대 교수면 최고인줄 아나. 지랄하고 있네” 라고 하시며 “가! 가!” 하고 그 할머니를 내쫓으셨다. 그 순간 분위기가 싸해졌다. 다시 분위기를 제대로 살려보기도 전에 이제 가야된다는 교생선생님의 말씀에 할머니, 할아버지들게 인사를 드리고 나올 수 밖에 없었다. 그 할머니 두분이서 얼른 화해를 하시고 편하게 지내셨으면 좋겠다.
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잘 생각해보니 초등학교 때처럼 노인분들게 살갑게 대해드리지 못한 것 같아 죄송스러웠다. 2층에 치매 할머니를 보고 겁이 나서 근처에 가려 하지도 않았는데 그것이 특히 죄송스러웠다. 우리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을 때 어떤 언니가 와서 치매 할머니를 “엄마”라고 부르며 차근차근 타이르는 모습을 보고 반성을 하긴 했는데 그 언니처럼 친근하게 대해 드리지 못해서 아쉬움이 남는다.
그리고 이번 봉사활동 과정에는 이불털기 같은 먼지 나는 작업이 꽤나 있었고 쓰레기통 비울 때도 바나나 껍질이나 요플레 같은 음식물이 많아 냄새가 났는데 다음부터는 마스크를 준비해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늘 봉사를 가서 해드린 일이 하늘마음 식구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고, 할머니, 할아버지들께서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시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