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만큼은 교복 아닌 편한 자유복을 입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을 나섰다.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은 괜찮은 날씨였다. 나와 은총이와 예솔이는 같이 햇빛마을로 향했다.
도착하니 담임선생님과 교생선생님 두 분 그리고 친구들이 거의 다 와있었다.
아이들과 한창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직원 봉사자께서 들어와서 구역 배치를 하시고 간단한 설명을 하셨다.
나는 햇빛마을이 네 번째 봉사활동이라 어르신을 부르는 법, 어르신을 대하는 태도, 식사를 도와주는 법 등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직원 봉사자께서 설명을 하실 때 더 이해가 잘되었다.
우리는 정해진 구역인 2층 마리아동으로 갔다. 가자마자 할머니들께서 환한 미소로 우리를 반겨주셨다.
우리는 할머니들께 반갑게 인사했다.
텔레비전이 있는 넓은 거실에는 휠체어에 앉은 어르신들이 많이 모여 계셨는데 이렇게 닫혀있는 공간에서 매일 똑같은 일과를 보내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께서는 얼마나 답답하실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내 가슴 한구석이 찡해왔다.
그런 할머니들을 보고 있으니 갑자기 얼마 전에 하늘나라로 가신 우리 외할머니 생각이 나 마음이 너무 아팠다.
하지만 하늘나라에서 보고 계실 외할머니 생각을 하면서 나는 더 열심히 봉사를 해야지 라는 다짐을 했다.
2층 마리아동에서도 다시 역할을 나누었는데 내가 맡은 일은 걸레로 침대와 창틀 등을 구석구석 깨끗이 닦는 것이었다.
나는 먼지가 소복이 앉은 침대의 손잡이부분을 닦으면서 몸이 불편하신 어르신들이 참 안되어 보이기도 하고 죄송하기도 했다.
나는 손이 잘 닿지 않는 바퀴 부분까지 꼼꼼히 닦았다. 깨끗해진 방을 보니 내 기분도 좋아졌다.
무엇보다 어르신들께서 이 방에서 지내실 것을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돌았다.
열심히 청소하다보니 어디서 맛있는 밥 냄새가 났다. 시계를 보니 점심시간이었다.
봉사자 분들께서는 우리를 불러 모으시더니 식사 보조를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우리는 봉사자 분들께서 정해주신 할머니들 앞에 앉아 식사 보조를 했다.
그 전부터 배가 조금씩 고팠지만 어르신께 밥을 떠 먹여 드리니 내 배가 하나도 고프지 않았다.
식사 보조가 다 끝나고 우리는 모든 봉사활동을 마쳤다.
열심히 해서 인지 3시간이 무척 빨리 끝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만나고 좋은 생각을 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다면 그 곳에 더 머물렀을 텐데….
그렇지만 다음엔 학교단체가 아니더라도 개인으로 다시 찾아 더 보람된 시간을 보내리라 마음먹고 발걸음을 돌려 나왔다.
어떤 봉사활동이라도 끝나고 나서 매번 느끼는 것은 이 봉사활동으로 인해 좀 더 성숙된 나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의 작은 힘이 그 분들께는 큰 힘이 되고, 의지가 된다는 것을 알게 해준 우리 영일고등학교가 자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