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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이원규

이 산 저 산
등록일 2009-06-16 19:51 게재일 2009-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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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마다

이 산 저 산

울음의 그네를 타는

소쩍새 한 마리

섬진강변 외딴집

백 살 먹은 먹감나무를 찾아왔다

저도 외롭긴 외로웠을 것이다.

- 이원규 시집 ‘옛 애인의 집’(솔·2003)

 

빨치산의 자식 이원규 시인. 입산, 환속, 노동해방문학, 지리산, 생명평화결사 삼보일배 등의 이력을 가진 이원규 시인은 언제나 ‘길 위’에 서 있는 사람이다. 진보진영 문학 단체의 실무와 언론사 기자로 활동하던 10년간의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그는 홀연히, 표표히 지리산의 품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중고 오토바이 한 대로 지리산 자락에서 새 삶을 꾸린지 6년 만에 펴낸 시집이 ‘옛 애인의 집’이다. “밤새 너무 많이 울어서 두 눈이 먼 사람이 있다”(‘부엉이’ 전문)의 부엉이도 그렇고 위 시 “밤마다/이 산 저 산/울음의 그네를 타는//소쩍새 한 마리”는 시인 자신의 등가물일 테다. 그는 이 생에서 ‘외로움의 울음’ 때문에 늘 ‘길 위’를 서성이며, “세상 처처 곳곳 옛 애인의 집처럼 기웃거리며 들고나는”(박남준) 것인가. 그러나 그는 그 누구보다도 자기 삶 앞에서 정직하고 용감한 시인이다. “길이라면 어차피/아니 갈 수 없는 길이었다”(뼈에 새긴 그 이름)라는 그의 진술처럼 자기 앞에 맞닥뜨린 길을 피하지 않고 당당히 걸어가는 것 또한 삶을 바르게 사는 길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원규형! 처처가 형의 집일 테지만 이제 그만 외로움의 울음을 끝내고, 형의 작은 집 하나 장만하면 어떨까요?

해설<이종암·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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