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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훈장 목련상 받은 이현기 봉화 춘양면 서벽 1리 이장

채광주기자
등록일 2009-06-12 19:26 게재일 2009-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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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봉화지역은 유례없는 폭우로 8명의 인명이 숨지고 수백억의 재산피해가 발생하는 등 말 그대로 물 폭탄으로 인해 쑥대밭이 됐다. 이런 엄청난 재해로 정부로부터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돼 지금은 한창 복구작업이 진행 중이다.

당시 인명과 재산 피해가 가장 컸던 봉화군 춘양면 서벽리에서 1리 이장을 6년째 맡고 있던 이현기(59)씨.

이씨는 그날 새벽 칠흑 같은 어둠과 폭우 속을 헤치며 5시간의 사투 끝에 마을주민 53가구 127명의 귀중한 목숨을 구해냈다.

이씨는 이 같은 공로로 지난달 25일 정부로부터 국민훈장 목련장을 수여 받았다.

-수상을 축하한다. 소감은.

▲개인적으로는 영광이나 상을 받을 정도의 일인지 모르겠다. 당시 상황이 닥치면 누구나 그렇게 했을 것이다. 단지 나한테 그런 기회와 임무가 주워졌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 때 목숨을 잃은 이웃 이상순(당시 65)할머니와 그의 딸 박영순씨를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편치 않다.

-당시 상황을 회고해 달라.

▲정말 생각도 하기 싫은 악몽이다. 그날 밤 강원도 평창에서 춘양목송이마을을 벤치마킹 온 손님을 보내고 11시30분쯤 마을로 돌아오데 하천이 바다 같다는 생각과 함께 마을이 곧 파도 속에 묻혀 버리겠다는 것을 직감했다. 온 마을은 정전된 상태고 천둥과 번개 속에서 자동차 라이트를 켜보니 이미 저지대 집들이 하나 둘 물에 잠기고 트랙터와 자동차가 폭우에 떠내려가고 있었다. 빨리 마을 사람들을 깨워야겠다는 다급한 생각에 방송을 했지만 모두 잠든 시간이라 나오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어쩔 수 없이 이집저집을 뛰어다니며 창문을 두드리고 목청껏 소리를 질러 잠을 깨웠다. 그렇게 정신없이 돌아다니다 이젠 됐다 싶어 피신하려는데 “사람살려요”하는 소리가 들렸다. 김연화(71)할머니와 지체장애인 딸 임영희(48)씨가 집 안에서 이미 턱까지 물에 잠겨 있었다. 어둠 속에서 용케 사다리가 어렴풋이 눈에 띄었다. 사다리를 이용해 이들을 구할 수 있었다. 산 위로 올라가니 마을 사람들이 잠옷차림으로 비를 맞으며 망연자실해 있었다. 날이 밝자 마을은 온데간데없고 마치 낯선 전쟁터에 온 기분이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몸서리쳐 진다.

-춘양목송이마을이 행자부로부터 성공신화만들기 정보화마을로 선정되는 등 전국적인 유명세와 성공을 거두는데 전 운영위원장으로 상당한 역할을 했는데.

▲지난 4년간 운영위원장으로 일했다. 우리 정보화마을은 행자부 2차 사업으로 선정돼 전국적으로 보면 일찍한 셈으로 사과, 호두, 표고, 잡곡 등 농특산물을 전자상거래를 통해 연간 2여억원을 판매하고 있다. 현 운영위원장인 김재일(前 사무장)씨와 마을주민들의 노력의 결과다.

-현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 솔비촌권역 운영위원장으로써 계획이나 바람이 있다면.

▲도·농민간 교류센터인 커뮤니티센터가 오는 7월 문을 열 계획이다. 이를 거점으로 청정농산물과 때묻지 않은 농심을 바탕으로 도시민과의 교류를 활성화하고 숙박과 농산물판매로 농가소득창출에 힘쓰겠다. 앞으로 국립수목원이 들어서면 더 많은 주민소득창출이 기대된다.

/채광주기자 kjc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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