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 관리 무관심… 보존대책 절실
향토유적으로 보존 가치가 높은 포항시 남구 동해면 석리암각화가 행정당국의 관리 소홀로 도굴(본지 28일자 5면 보도)된데 이어 칠포리 암각화와 신흥리 오줌바위 별자리형 바위구명 유적, 포항 인비리 암각화 등 지역 향토유적의 훼손이 심각한 채로 방치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문화재 학자들은 시 당국의 문화재 보존 의식이 어떤 수준인지 말해 주고 있다면서 빠른 시일 내에 개선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칠포리 암각화
포항시 북구 흥해읍 칠포리 소재 칠포리 암각화(경북 유형문화재 제249호)는 한국암각화유적에서 ‘한국식 바위그림’의 발상지로서 큰 의미가 있는 귀중한 문화재다.
이 암각화는 1994년 2월 이후 두 차례의 산불로 인해 주변경관이 크게 달라졌다. 또한 그 이후 암각화가 있는 곳의 전방 50m에 멸치가공공장이 들어서면서 크게 손상되기 까지 했다.
이는 문화재 300∼500m 이내에는 개발행위를 할 수 없다는 경북도 문화재 관련 조례에도 불구하고 도문화재심의위원회에서 허가됐다는 것과 포항시의 소극적 대처가 지적받고 있다.
또 지난해에는 포항시가 암각화에 대한 보강처리를 실시했지만 이끼와 같은 지의류가 과도하게 제거돼 유적표면이 1∼2mm 정도 깎여나갔을 뿐 아니라 표면만을 강화함으로써 앞으로 열화작용과 같은 변온상태에서 어떻게 반응될 것인지를 알 수 없는 상태다.
▲신흥리 오줌바위
포항시 북구 청하면에 소재한 신흥리 오줌바위 별자리형 바위구멍 유적은 우리나라에서 희귀한 천문관측유적으로서, 천체관측을 위한 별자리와 윷판형암각화로 구성되는 유적이다.
이 유적은 1996년 이후 3차례의 산불이 나면서 수목이 모두 불에 타버린 상태로 자연경관이 훼손됐을 뿐 아니라 비가 오게 되면 상부의 토사와 전석이 유적위로 흘러들면서 바위표면을 5∼10mm가 마모된 상태다.
▲인비리 암각화
포항시 북구 기계면에 있는 인비리 암각화도 지난 1985년 한국 암각화에 있어서 오랜 공백기를 깨고 발견돼 전국적인 반향을 일으키면서 관심을 집중시켰던 유적이지만 아무런 보호나 보존을 위한 당국의 노력 없이 훼손이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비교적 얕은 새김의 형편으로 햇빛이 측면에서 비치는 아침이나 저녁과 같은 특정한 시간대가 아니면 잘 알아보기가 어렵고, 최근 이 일대에 교통량이 증대하면서 뿜어내는 매연으로 인해 풍화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타 지역의 문화재 보존 대책
암각화 학자 이하우씨는 “고령군은 포항시보다 훨씬 작은 군 단위임에도 불구하고 3개의 박물관을 가지고 있으며, 선사유적을 보호하고 있다.
또한 함안군은 지역 문화유적 보호단체의 건의로 담당 공무원이 민첩하게 움직여서 작은 고인돌 하나하나에도 모두 시 문화재번호를 부여하고 안내판을 설치해 보호 보존하고 있다”며 “포항시의 문화행정은 어디쯤에 가 있는지 그 위치를 알 수 없다”고 성토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