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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식 '훌훌' 벗어버리던 기억속의 바보 대통령

박순원기자
등록일 2009-05-26 20:45 게재일 2009-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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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고 노무현 대통령을 실제로 만난 것은 지난 2007년 여름,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기자들과의 인터넷 생중계 토론회에서였다.


당시 토론회는 김미화씨가 사회를 보고, 들어오자 마자 웃통을 벗어재낀 고 노 전 대통령은 "시원하고 편안하게 진행합시다"고 말하며, ‘어떻게 하면 대통령의 콧대를 납작하게 만들어줄까’를 생각하던 기자들의 의표를 질렀다.


하지만 당시 생방송이 있던 김미화씨는 2시간 남짓 이후, 돌아가버렸고 토론회를 잠시 중단됐다.


그런데 왠걸, 고 노 전 대통령은 "이거 참, 시간도 많으니 제가 사회도 보고 답변도 하겠습니다. 원래 시간은 2시간 정도인데 토론을 하면 끝은 봐야죠?"라며 대통령으로서의 격식을 벗어버리는 게 아닌가.


사실 고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기자의 시선은 좋지 않았다. 물론 당시 한나라당에서 이야기하는 ‘무능한 대통령, 말 실수 하는 대통령’이 아니라 ‘정부의 재정라인을 장악하지 못하는 대통령, 20%대로 떨어진 지지율 만큼이나 자신의 지지층을 포용하지 못하는 대통령’에 대한 연민이었다.


특히 이 같은 문제점을 타개하기 위해 내놓은 ‘대연정’이라든지, 각종 청와대발 발언들은 진정으로 "바보 노무현"을 생각케 만들었다.


하지만 언젠가 뉴스로 보게 된 봉하마을에서의 "내가 일을 할때에는 그렇게 욕을 해대더니, 노니까 잘한다 그러네"라는 고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은 그가 서민대통령으로서 폭넓은 지지층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기억속에 남는 대통령은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지난 23일 오전, 그는 정말로 대한민국 국민들의 기억에 남게 됐다.


더욱이 ‘바보’라는 그의 별명은 우리나라 헌정사에서 유일한 평민 대통령일지도 모른다.


/박순원기자 god02@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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