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의 ‘좋은 모습’이 요즈음 국제적인 화제다. 한 달 전쯤 미국 블룸버그통신의 경제평론가 윌리엄 페섹이 “세계 경제가 바닥을 쳤다는 신호를 찾고 있다면 한국을 봐야 한다”고 지적한 후 국제기구들의 비슷한 평가와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달 한국은 올 하반기부터 경기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며 경기 침체의 기나긴 터널을 가장 먼저 벗어날 나라로 꼽았고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전망에서 한국은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올해 선진국 가운데 8위에 오르고 지난해 경상수지 적자를 낸 선진국 중 올해 실질적인 흑자로 돌아설 유일한 국가라고 평가했다.
지난 몇 달 동안 광공업과 서비스업 생산이 최악의 국면을 벗어날 기미를 보이고 거세게 요동치던 환율과 주가가 안정되며 금융시장이 정상을 되찾고 있으니 어쩌면 당연한 평가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일자리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지난달 조사에서 올해 신규 채용 계획이 없거나 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는 기업이 10곳 중 6곳꼴로 나타났다. ‘취업빙하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며 하반기 취업시장은 아직도 ‘캄캄’하다는 얘기다.
4대강 살리기 등의 대규모 재정사업과 일자리 나누기 등 고용대책의 강도를 늦춰선 안 된다. 그런데도 일부 공기업과 금융기관 등이 하반기에는 인턴사원 채용 계획을 중단하기로 하는 등 벌써부터 고통 분담 노력을 소홀히 할 움직임이어서 여간 실망스럽지 않다.일자리의 질은 경기 회복 후에 따져도 늦지 않다. 지금은 고용을 안정시키고 소비를 일으켜 우리 경제의 수준을 격상시키는 게 급선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