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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상생의 인연'으로 나아가야

김영국 기자
등록일 2009-05-12 20:54 게재일 2009-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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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국 <칼럼니스트>


온 산하에서 유혹의 입김을 내뿜는 5월에 산기슭마다 하얀 아카시아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그런데 예전 같으면 그 짙은 향기가 머리가 찡 하도록 콧속을 쑤셨는데 어쩐 일인지 올해는 그 나무에 가까이 다가가도 코끝을 스치는 향기가 미미하기만 하다.


나무가 한창 땅에서 물기를 빨아 댕겨야 할 시기에 심한 가뭄으로 그러지 못했으니 향기를 한껏 뿜어내지 못하는 모양이다. 이렇게 때려야 땔 수 없는 나무와 땅의 인연도 하늘이 때맞춰 비를 내리지 않으면 그 부분만큼 퇴색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 같다.


마찬가지로 사람의 인연도 세상 돌아가는 형편에 걸맞아야 빛이 난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 그 빛이 비추어준 길을 따라 세상을 움직일 수 있는 자리에 올랐다 해도 땅에 심은 나무가 적절한 환경을 맞아야 왕성한 활착을 할 수 있듯이 자기 뜻을 제대로 펼치려면 그동안 함께 해온 수많은 인연들을 뜻과 시기에 맞도록 적절한 ‘이음과 끊음’으로 변화시켜야 할 것 같다.


그래야 그 인연이 빛을 잃지 않고 서로 상생의 길을 걸으며 오래 갈 수 있어 보인다. 그동안 수십 년의 인연을 맺어온 사람들이 한 시대 권력의 정점을 둘러싸고 뿌린 금력 때문에 또는 권력의 줄다리기로 요즘 세상의 따가운 시선을 받거나 민심을 불편하게 하고 있다.


이를 보면 서로 상생(相生)을 위한 노력도 처해진 환경과 추구하는 목적이 다르게 행해지면 결국 서로에게 불이익만 주는 상극(相剋)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수도생활을 하면서도 그동안 맺었던 인연으로 인해 번뇌가 일어난다는데 수많은 만남과 사연 속에서 살아가는 일반인들이야 나고 드는 번뇌가 오죽 많겠는가.


특히 권력의 자리에 있으면 문을 밀고 들어오는 인연의 손길로 번뇌는 한시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권력이 다가온 금력으로 혼란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면 사회적 피해와 물의를 초래하고 ‘모진 놈 옆에 있다 벼락 맞는다’라며 스스로 ‘모진 놈’이 되어 일생의 한(恨)을 맺기도 한다.


권력도 자체의 역학구도에 의해 생긴 분란을 제대로 수습하고 집중하지 못하면 결국 그 힘은 약화되고 소멸된다. 아무쪼록 세상을 이끌고자 한다면 권력은 상생의 인연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한 뼘 사람의 마음을 알지 못하고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세상이다. 그런 가운데 서로 목적이 다른 사람들이 만나 인연을 맺었다면 그 앞길은 정말 예측하기 어렵다.


요즘 이 땅의 이목을 모으고 있는 인연에 얽힌 사연을 보면 그저 인간 만사 새옹지마(塞翁之馬)란 생각만 들뿐이다. 서로 목적이 다른 사람끼리 만나더라도 악어와 악어새 같은 공생(共生)의 관계라면 그것을 운명적으로 다가온 인연이라 여겨 서로에게 이익 되는 부분을 나눌 수 있다.


하지만 저마다 존재의 이유를 놓고 상생(相生)의 관계를 유지하려면 공생의 범위를 넘어 서로 치명상을 입지 않도록 시기와 처지에 따라 인연의 ‘이음과 끊음’이 분명해야 한다.


상생의 인연이란 말 속에는 내가 슬프면 상대도 슬퍼지고 내가 기쁘면 상대도 기뻐진다는 동고동락(同苦同樂)의 의미가 서려있다.


그런데 인연 중에는 상대를 속여 맺으려는 인연이 있고 서로를 속이며 맺은 인연이 있다. 이렇게 이기적으로 계산된 추잡한 인연은 권력과 금력이 막바지에 이르면 서로에게 걸림돌이 될 뿐이다.


이 돌에 걸려 앞으로 넘어지든 아니면 미끄러져 뒤로 넘어지든 그 결과는 넘어지는 자세와 받쳐줄 바닥 모양에 달렸다. 그 바닥이 그냥 ‘모르쇠’라면 천 길 낭떠러지처럼 돼버려 치명상을 입게 되고 참으로 슬프고 비참한 인연으로 막을 내리게 될 것이다.


금력과 권력은 서로 갈 길이 다르다. 이를 잘못 꼬면 세상의 흐름을 해치게 된다. 금력은 저마다 이익을 찾는 공생의 범주를 맴돌고 권력은 저마다 존재의 가치를 높이고 동고동락을 위한 상생의 범주에서 우러나온다.


금력과 권력을 서로 거래하면서 이를 상생이라 여기고 경거망동한다면 이것은 세상을 흐리는 상극(相剋)만 초래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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