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신 <객원논설위원>
“가라· 떠나라 꽁치 꼬리는 떠나라.” “연오랑· 세오녀 고장에 꽁치꼬리가 웬 말인가.” “동해면민 주민정서 무시하는 포항시는 각성하라.”
포항시가 3억 원을 들여 동해면 공항입구에 이 지역 주민들이 반발 했던 것처럼 꼬리를 치켜든 은빛 조형물을 세웠다. 이런 조형물을 이곳에 세운 포항시 공무원들의 변이나 작가의 변도 탄탄하게 있을 터이지만 동해면민들이 섭섭하게 생각하는 마음 역시 상당히 근거가 있다고 여겨진다.
이 일대는 ‘연오랑 세오녀의 일월정신’이 깃 든 성스러운 땅이자 동해안 신화시대를 여는 역사의 고장이다. 이런 역사정신과는 달리 머리를 땅에 묻은 어류의 조형물이 훌륭하고 예술미가 높다 하드라도 역사정신이 강한 주민들의 마음에 썩 들지 않았을 것.
포항공항과 호미곶·구룡포 해안으로 가는 갈림길에 세워진 은빛 높이 10m, 폭 16m의 이 조형물은 우선 오가는 시민이나 관광객이 보고 느낄 공간조차 답답해 보일 만큼 여백이 너무 부족하다.
이러니 머리를 땅에 묻고 있는 모습이 편안하게 느껴지지 않는가 하면 차량매연에 은백색(재질:스텐레스)의 색깔이 얼마나 갈까. 순전히 전시용이라는 생각까지 겹친다.
예술은 기업유치나 도시행정 등 일반 행정업무와는 달리 상당한 지적 수준이 뒤따라야 한다. 밀어붙이기만 잘하면 시민으로부터 동의를 얻어내는 행정과는 다르다.
이번에도 지역적 상징성이나 감상공간을 충분히 줄 수 있는 곳이면 얼마나 좋았을까. 주민들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것도 작품에 대한 시비도 분명 덜 했을 터.
호미곶에 세워진 ‘상생의 손’에 대해서도 의견을 달리하는 시민이 있다.
이들의 말을 빌리면 거센 파도가 청동으로 만들어진 손을 덮칠 때는 바다에 빠진 사람이 손을 내밀고 살려달라고 허우적대는 모습이다. 날씨가 흐리면 ‘청동병’을 앓기 시작한 ‘상생의 손’ 질감이 형편없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보태진다.
포항시가 자랑하는 불꽃 축제의 경우도 한 시간여에 걸쳐 하늘에 엄청난 돈을 쏘아대지만 한참을 보고 나면 머릿속에 남는 것은 그 불꽃이 그 불꽃 이어서 초저녁부터 애써 확보해둔 자리를 떠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원인은 사람의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것. 인문학적으로 얽힌 줄거리가 없으면 한번이면 됐지 두 번씩은 흥미를 끌기 어렵다.
신차 발표회에 가면 어김없이 화려하고 노출이 도를 넘는 미녀 레이싱 모델이 등장한다. 새롭게 시장에 출시될 차를 현란한 치장으로 고객의 관심을 끌어 보려 하지만 기계 덩어리에 싫증을 내고 차 앞을 떠나니 이런 사람들의 마음도 잡고 영리목적도 채우기 위해서 미녀 레이싱 모델을 활용한다.
환호동에 위치한 해맞이 공원 노천극장은 말 그대로 노천극장이었다. 바닷가의 낮은 유난히 뜨거운데 덮개가 없는 노천극장을 사용하게 하는 행정은 사실 무지에 가깝다고도 볼 수 있었다.
중앙상가 입구 파출소를 헐어낸 자리를 미화한 것은 칭찬할 일이지만 물이 흘러내리는 설치물이 무슨 의미를 부여하는지 볼 때마다 의문이 생긴다.
조각을 보는 눈은 예술작품을 보는 수준을 말해준다. 동양화·양화를 보는 안목이 갖추어지면 조각이 보이기 시작한다고 한다. 조각이 그만큼 해석과 이해가 어렵다는 뜻이다.
한 시대를 앞서가는 작품이 있어도 이 작품을 선택할 공무원의 예술 안목이 떨어지면 해결이 되지 않는다. 수준 높은 예술가의 조언을 폭넓게 듣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작품을 선택하는 수준은 더 높아야 한다.
지금 지방자치단체가 경쟁적으로 벌이는 축제가 지역잔치로 끝나는 원인 역시 선택수준과 연결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