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원내대표’ 카드가 좌초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의 회동 필요성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결국 계파 갈등의 당사자인 양자가 직접 문제를 해결하는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차원에서다.
어정쩡한 ‘한지붕 두가족’의 폐해는 재보선 이후 일련의 사태에서 이미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합의이혼을 하든 재결합을 하든 이제는 당사자끼리 담판을 지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 8일 박희태 대표와 상임고문단 오찬에서도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 회동 필요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줄을 이었다. 소장파를 비롯한 당 내부에서도 회동 요구가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양자 회동이 성사될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아 보인다.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 좌초로 계파 갈등이 폭발 직전인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회동을 한 뒤 별다른 해법을 내놓지 못할 경우 각자의 부담이 너무 커지기 때문이다. 회동이 무위로 끝날 경우 이 대통령으로선 말 그대로 ‘반쪽 여당’과 남은 국정을 끌고 가야 하고, 실체가 있는 제안을 거부한 박 전 대표로서도 이제까지와 달리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에 봉착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은 10일부터 4박5일 일정으로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을 방문하고 방미 중인 박 전 대표는 오는 11일 귀국하는 만큼 시간적으로도 엇갈린다.
게다가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는 당선인 시절까지 포함해 지난 2007년 대선 이후 고비마다 4차례 단독 회동을 가졌지만 한 번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오히려 무성한 뒷말에 관계만 악화됐다.
당장 지난 1월 말 이 대통령의 제안으로 청와대 안가에서 극비리에 만찬 회동을 가졌을 때에도 특별한 성과는 얻지 못했고, 최근 회동 사실만 뒤늦게 공개돼 박 전 대표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바 있다.
친박 무소속 및 친박연대 의원들의 복당 문제를 놓고 갈등이 치열했던 지난해 5월에도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는 따로 만났지만 결론은 내지 못했고 박 전 대표로부터 “왜 만나자고 했는지 모르겠다”는 쓴소리를 들어야 했다. 지난 2007년 12월29일 대선 직후 첫 단독 회동을 가진 후에는 뒤늦게 ‘총리 제안설’이 흘러나와 양측간 신뢰에 금이 갔고, 지난해 1월23일 공천 갈등의 한복판에서 만났을 때도 견해차만 확인했다.
당 안팎에서는 결국 근본적인 신뢰 회복이 전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양자 회동은 무의미하다는 지적이 많다.
청와대 관계자는 “쟁점이 없는 상황이라면 모를까, 지금같이 이목이 집중된 상황에서 양자회동이 이뤄지기는 쉽지 않다”면서 “회동에서 답이 나오거나 한발 나가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 아니냐. 어차피 당에서 추진한 문제인 만큼 당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