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결혼이주여성 타오티오완(32·포항시 북구 흥해읍)씨.
가정의 달인 5월, 한국이 그녀에게 있어 더없는 ‘보금자리’가 되고 있다.
친정 가족이 있는 베트남 보다 더 큰 가정의 포근함을 느끼며 희망을 품고 꿋꿋하게 살아갈 수 있는 ‘새로운’가족들이 있기 때문이다.
포항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대모(代母) 결연사업을 통해 3년째 ‘엄마’로 부르며 의지하고 있는 이한복(51)씨는 그녀에게 친정 엄마 보다 더 포근하고 아늑하게 느껴진다.
그녀는 지난해부터 포항시 남구 송라면 보경사 입구에 있는 이씨의 식당에서 함께 일하고 있다.
정신지체장애에 당뇨, 고혈압, 비만증도 모자라 최근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쳐 병원에 입원해 있는 남편을 대신해 생계비를 벌고 있는 것이다. 그녀의 생활비는 시급으로 받는 50여만 원이 고작이다.
지난 2003년 2월 이역만리 타국으로 청운의 꿈을 품고 한국으로 시집을 온 그녀는 외형만 가족이지 내부는 가슴 무너지는 일이 하나, 둘이 아니다.
지푸라기 집에 학비가 없어 초등학교도 겨우 졸업하고 따뜻한 밥 제대로 먹지 못했던 베트남 친정집 환경에 못지 않다.
부잣집 아들로 알고 시집온 남편은 첫날부터 공장에서 일하다 추락사로 한쪽 다리를 다쳐 거동이 불편할 뿐 아니라 정신지체장애로 정상인이 아니고 남의 농사를 대신해 짓고 있는 시부모님도 건강하지 않다. 시동생 두명이 5분도 안되는 거리에 허름한 빌라에 잠만 잘뿐 생활은 같이하고 있는 ‘첩첩시집살이’를 하고 있다.
시댁에서 따뜻한 밥을 먹으며 행복한 생활을 하리라 생각하는 친정 가족들을 생각하면 억장이 무너지는 일이다.
하지만 다행히 대모 이씨를 만나게 되면서 한국어 실력은 물론 한국문화에 대해 이해하게 되고 가족과 이웃의 소중함을 더욱 깊이 깨닫고 있다.
최근에는 지난해 3월부터 7월까지 아동양육지도사 방문교육을 해줬던 박민자(37)씨도 아들 동윤이의 한국어 교육을 도와주고 있고 지난 3월에는 경상북도에서 마련한 이주여성 무료 친정가기에 신청을 도와줘 2주일간 친정을 다녀오기도 했다.
“대모 이한복 어머니가 계시지 않았다면 저는 한국에 있을 수 없을 겁니다. 어머니의 식당에서 일하면서 돈도 벌고 고민도 털어놓으면서 그나마 희망을 가질 수 있다”며 “동윤이의 밝은 미래를 위해 죽기살기로 몸부림치며 살고 있다”고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는“남편이 얼마전 한쪽 다리를 또 다쳐 거동이 불가능해 졌다”며 “경제적 부담이 조금이라도 줄어들 수 있었으면 한이 없겠다”고 말했다.
차상위 수급자로 시로부터 생계비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그녀에게는 기초생활수급 대상이 돼 여러 지원을 받을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소망이 뭐예요?”
“아들 동윤이가 동화책을 좋아해요. 다가올 어린이날에 동화책을 선물해 주고 싶어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바르게 살아가고 있는 그녀는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똑순이 아줌마’를 닮아가고 있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