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나 국회나 의원들이 자신의 존재감을 가장 제대로 느낄 때가 바로 예산 심사 때이다. 행정사무감사 등의 권한을 통한 집행부 견제도 주요 업무지만 무엇보다도 예산심사는 의원들의 의정활동 가운데 꽃이다.
그러다보니 탈도 많다. 삭감을 강하게 주장하다가도 어느날 슬며서 발을 빼는 경우도 있다. 예산심사 과정상 상임위 심사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의견이 상충되면서 논란이 일때도 종종 발생한다.
논란을 해결할수 있는 방안은 무얼까. 답은 한가지다. 의원들이 보다 더 예산심사에 충실하는 수 밖에 없다. 불요불급한 예산은 삭감하는 집행부견제라는 본연의 업무를 잊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다.
포항시의회 한명희 의원이 동료의원들에게 칼을 빼 들었다. 포항 스틸러스 보좌역을 겸함에 따른 바쁜 시간관계로 항상 동료의원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없지 않았지만 30일 각성을 요하는 일성을 날렸다. 포항시의회 임시회 폐회를 앞둔 본회의장에서는 한 의원이 준비한 영상물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보다 앞서 전체의원 간담회에서 한의원은 신상발언을 미리 예고하면서 신상발언의 강도에 관심이 집중됐다. 한 의원은 이날 신상발언을 준비하며 예산을 투입하고도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 지역 곳곳을 촬영했다. 많은 예산을 들여 지금은 사용이 중단된 구룡포오징어할복장 등을 예로 들어가며 의원들이 제대로 예산심사에 임할 것을 호소했다.
예결특위에도 호소했다. 상임위에서 표결까지 거쳐 삭감한 관련 예산을 특위에서 되살아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예산의 효율적인 운영을 지적했다.
한의원은 내친 걸음 집행부에게도 강하게 메스를 가했다. 예산의 내용조차 모르는 간부의 보고를 받으면서 과연 예산을 제대로 쓸수 있겠느냐는 것. 한의원은 이러한 잘못된 집행부의 보고 건을 몇건 지적했다. 시간은 이미 훌쩍 지나버렸다. 신상발언의 제한된 시간은 지났고 마이크는 꺼졌다. 그래도 한 의원은 호소에 가까운 지적은 계속됐다.
급기야 최영만 의장이 나섰다. 신상발언의 제한시간을 넘겼으니 그만할 것을 종용했다. 한의원의 발언은 의장의 중단요구와 함께 끝이 났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한 의원의 발언을 두고 장소와 시기의 적정성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전하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틀린 지적은 아니지만, 굳이 본회의장을 택한 부분에 대해서는 아쉽다는 것.
이렇게 밖에 할수 없는 한의원의 말못할 고민은 이해되지만 장소와 시기를 한번쯤 깊이 생각했으면하는 일부의 지적은 그래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명희 의원 그리고 나머지 의원 모두 오늘 본회의장에서의 모습을 다시한번 깊이 고민해야 할 시간임은 분명한 듯 하다. /이준택기자 jtlee@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