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무래도 타고난 애국자는 못되는가 보다.
김연아가 LA피겨대회에서 세계 최정상이 되던 날에도 환호작약하지 못하고 내 좌뇌가 이따금 따끔거려 그곳에 신경을 썼으니 온전한 애국을 하자면 건강도 출중해야 한다.
평생을 교육과 시에 몰두해온 전임 R교육장님이 뇌졸중 전 단계로 와병중이어서 며칠 전 병문안을 다녀왔는데 나마저 머릿골이 쑤시다니 저으기 마음이 쓰인다.
잘 아는 약국에 들러 문의하는 정도로 증세를 짐짓 약하게 다뤘는데 약사 선생님이 청심환이라도 한 알 드는 게 요긴하리란다.
실로 오랜만에, 정확하게 20년 만에 청심환 한 알을 아작 아작 씹었더니 여름날 냉수를 미신 듯 온몸이 개운하여 평소에도 의료인을 내심 존경했지만 존경해온 보람이 청심환 한 정으로 더욱 확신을 갖게 됐다.
내 나이 꽉 찬 67세지만, 가장(家長)으로서 최소한의 의무라도 완수하려면, 앞으로 20년의 세월이 더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건강관리에 각별히 유의해야 할 것 같다.
이 땅에 오래 살아야 험한 꼴 보기 십상이지만 그래도 우리 아이들이 완전자립하는 대견스럽 모습을 꼭 보고 싶다.
이뿐만 아니라 공권력이 확립된 안정된 나라의 모습도 내 두 눈으로 똑똑하게 보고 싶다. 내친 김에 김연아 이야기에 빠져보자.
현시점에서 이 땅에서 가장 수입이 좋은 사람, 국민들로부터 가장 인기가 좋은 사람, 이 나라 최고의 애국자는 누구일까?
온 겨레가 한입인 것처럼 만장일치로 김연아다.
은반의 여왕 김연아! 오죽하면 ‘여섯시 내고향’에 출연한 늙은 농부가 조강지처에게 ‘85점’평점을 주고 김연아에겐 200점을 매겼을까.
어디 그뿐인가.
온 국민이 김연아가 TV에 나온다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지경이다.
우리나라 민초들은 바야흐로 김연아 신드롬으로 행복하기만 하다.
춤 잘 추고 노래 잘하는 김연아를 연예계에서 그냥 넘어갈 리 없다. 백방으로 출연 교섭을 해도, 도로 무공이다.
김연아가 연예계를 외면하는 것은 김연아 자신과 국민들을 위해 경하할 일이다.
탤런트 J양의 한스런 죽음이 연예계의 비리와 검은 관행을 저주하고 있다.
백조 같은 김연아를 검은 까마귀 소굴에 방치해서는 안된다.
은반의 여왕으로서 올림픽 금메달의 히로인이 되고 교수와 감독으로서 인간적 고품격을 유지하면서 평탄한 한생이 되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다. 송충이가 건강하게 살려면 딴 생각 말고 계속 솔잎을 먹어야 한다.
송충이가 뽕잎을 먹는다고 누에 될 리는 만무다.
얼마 전 조선일보에는 김연아 모녀의 사진이 처음 보도됐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녀의 모습이었다.
세계 은반의 정상 김연아의 뒤에는 13년 세월을 그림자같이 지극한 모정이 동행하고 있었다.
어머니 박미희 여사님의 지극한 정성도 김연아의 악착같은 성취의욕이 없었다면 역사의 뒤안길로 ‘히마리’ 없이 은퇴공연했을 것이다.
김연아가 은반 위에서 앞으로 계속 좋은 모습을 세계인에게 보여줄 수 있도록 뜻있는 국민들은 김연아의 성공을 내 성공인양 진심으로 기뻐하고 김연아의 앞길이 계속 순탄할 수 있도록 격려해주고 대성을 신께 기도드려야 할 것 같다.
김연아의 오늘의 성공은 경제난으로 어려움을 당하는 많은 국민에게 기쁨을 주기 위한 신의 배려라는 생각이 든다.
프랑스에만 잔 다르크가 있는 게 아니다. 김연아야 말로 한국의 잔 다르크다.
21세기의 신화를 이룩한 한국의 자랑스런 딸이다. 열 아들보다 나은 멋진 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