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명의 지적장애인들이 작업대에 쌓인 부품들을 하나하나씩 조심스럽게 조립해 다음 작업대로 넘겨주면 조립한 부품들의 불량을 그 자리에서 선별하고 있었다.
2시간째 계속 반복되는 작업이지만 그 누구하나 흐트러짐 없이 진지한 표정으로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하고 있었다.
지난 18일 오후 대구 달서구 두류동에 위치한 ‘한창 장애인보호작업장’의 모습이다.
이 곳에는 현재 20명의 지적장애인들이 자동차 부품의 제조, 검사 작업을 하고 있으며 이 중 10명은 아직 기술 교육생이다.
장애인에게도 동등한 삶의 기회를 주기 위해 지난 2000년 10월 개원한 한창 장애인보호작업장은 현재 장애인 시설 중에서는 가장 높은 수익을 내고 있다.
한창 장애인보호작업장 장훈석 원장은 “장애인이 단순 조립 같은 일만 할 수 있다는 편견을 깨고 싶었다”며 “장애인도 교육만 제대로 받는다면 고부가가치의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고 싶어서 장애인작업장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한창이 처음부터 높은 수익을 낸 것은 아니다.
정부보조금도 없는 장 원장 개인이 운영하는 작업장이었고 장애인에 대한 편견의 벽도 높은 때여서 일거리를 구해오는 것도 힘들었고 그나마 들어오는 일도 단순 조립이 전부였다.
하지만 장 원장과 직원들은 그럴수록 밤새워 일을 하며 장애인 기술교육에 더욱 매진했다.
장애인들도 자신을 믿고 선생님을 믿고 열심히 따라줬다.
기업의 원자재를 받아 제조, 조립, 검사의 과정을 한 번에 다 할 수 있도록 반복하고 반복하고 또 반복하는 교육을 계속받았다.
시간이 점차 흐르고 이들의 노력과 땀을 인정하는 기업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높은 수익이 이들의 노력과 땀에 보답했다.
처음 한달 50만원의 수입이 고작이었던 것이 작년에는 1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기염을 토한 것이다.
현재 전국 장애인들의 평균 급여는 21만6천원 정도. 하지만 한창 장애인보호작업장의 평균 임금은 60여만원으로 3배정도 차이가 나고 있다. 결국, 장애인도 고부가가치의 일을 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한 셈이다.
장훈석 원장은 “지금까지도 열심히 했지만 우리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는다”며 “우리 한창가족들은 앞으로 더 열심히 노력해서 장애인이 정상인들보다 더 잘한다는 말을 듣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장 원장은 “장애인들과 함께 하면서 배운 것이 많은데 그 중 하나가 안된다고 생각하면 영원히 안된다였다”며 “한 사람이라도 그 일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그 일을 가능하다는 사실을 그들은 나에게 깨우쳐 주었다”고 말했다.
/김낙현기자 kimrh@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