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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정기자가 만난 여성들 (61) 김정기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교수

윤희정기자
등록일 2009-04-17 21:21 게재일 2009-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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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텍 학생들은 정말 순수하고 성실해요.”

김정기(54·사진)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교수는 처음부터 포스텍 칭찬을 늘어놨다.

“전국 고등학교에서 수재들만 모인 포스텍은 교육환경이 너무 좋을 뿐 아니라 학생들은 열심히 공부해 훌륭한 사회인이 되어 학교를 자랑스럽게 해주죠.”

그녀는 1987년부터 올해로 23년째 포스텍 재학생을 대상으로 심리학 분야 과목들을 강의하고 있다.

경기여고, 이화여대, 뉴욕주립대 등 엘리트 과정을 마친 그녀에게 포스텍은 첫 직장이었다.

“초등학교부터 쉰 살이 넘도록 학교만 다니고 있다”는 그녀는 미국 유학시절 만난 남편(포스텍 물리학과 교수)과 함께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교수로 부임하면서 포항에 첫 발을 내디뎠다.

1987년부터 학생상담센터장을 맡아 재학생들에게 대학생활에서의 정신건강, 사회성 및 대인관계 향상 등 편안하게 대학생활에 적응토록 돕고 있다.

2004년부터는 문화프로그램 담당교수를 맡아 다양한 분야의 강연과 예술 공연을 포함한 문화행사를 기획해, 과학과 인문사회과학 및 예술이 어우러진 포스텍 고유의 문화 발전을 위해 힘쓰고 있다.

처음 기획부터 특별한 애정을 가지고 지도하고 있는 포스텍 오케스트라는 그녀에게 근래에 큰 보람과 기쁨을 주고 있는 활동이기도 하다.

그녀가 처음 포스텍에 오케스트라를 만들고 단장을 맡아 포스텍 개교20주년 기념 연주회 등을 기획할 때 걱정과 우려를 하는 이들도 있었다. 공부에 열중해야 하는 과학공학 전공 학생들에게 오케스트라 연습과 공연은 많은 시간을 빼았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학생들 스스로도 과연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없지 않았으나, 시간이 갈수록 학생들의 열의와 포스텍 구성원들의 성원이 나날이 높아가고 있어 그녀에게 큰 보람이 됐다.

어릴 적 바이올린을 했었던 그녀는 오랜만에 학생들과 오케스트라에서 같이 연주도 하고 있는데, “학생들이 여러 연주자들의 소리를 들어가며 같이 연주해야하는 오케스트라 활동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좀 더 귀 기울이며 배려하게 되고 친화력도 좋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어서 더욱 보람있다”고 했다.

“고등학교 시절까지는 학생들의 목표와 이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 등이 비교적 명확히 제시돼 있었으나 일단 대학입학이라는 자신의 목표가 달성된 후 안도해 그 이후의 계획은 충분히 생각하지 않거나 당장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여기기 쉬운 경향이 있습니다. ”

그래서 그녀는 2006년 부터 신입생을 대상으로 ‘대학생활설계’라는 과목을 개발해 강의하고 있다.

이 과목은 전국 유일의 강좌로 학생들에게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올 3월학기의 경우엔 1학년 300명 중 108명이 신청을 했다.

수강생들은 이 과목에서 강의, 토론, 간담회, 실천 프로젝트 등을 통해 입학 직후부터 뚜렷한 인생설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이에 따라 대학생활을 어떻게 해 나가야 할지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실천해나가도록 도움을 받고 있다.

“성공적인 멋진 대학생활은 시관 관리와 생활습관이 좌우합니다. 아무리 좋은 계획을 수립했다 해도 이를 실천하는 노력과 행동이 수반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으니까요. 꿈과 계획은 철저한 자기관리를 통한 실천에 의해서만 현실화 되는 것이지요. 꿈과 계획의 실천은 심리적으로는 자신감, 상황에 대한 통제력으로부터 시작됩니다.”

그녀는 대학에서 교양 교육은 전공 교육 이상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버드 등 미국 최고의 대학들도 교양 교육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교과과정을 개편하고 있어요. 반면 우리나라의 대학들은 교양 교육에 상대적으로 소홀하지요.”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수동적 공부에 길들여진 학생들이 대학 입학과 함께 스스로 찾아서 하는 학업으로 방향을 잡으면서 학문에 대한 바람직한 태도와 그 맛을 알게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도 했다.

그녀는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한다.

우리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비결에 대해 묻자 너무 결과(목표성취)만 생각하지 않고 열심히 한 것에 가치를 두고 자신에게 너그럽게 대할 수 있는 여유있는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답했다.

가치있는 삶이 무어냐고 하자 “나이가 들어 가면서 더 크게 다가온다”며 “자기 일에 주력하지만 남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사람”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녀에게도 아쉬운 부분이 없지는 않다.

심리학과가 없는 포스텍에 교수로 옴에 따라 전공 제자가 없다는 것이 아쉬움이지만, 강의와 상담 그리고 오케스트라와 동아리 지도 등 어느 누구보다 학생들과의 교류가 많아 즐겁고 보람있다는 그녀에게선 ‘당당하면서도 지성미가 가득한’ 모습이 베어났다.

“열심히 하고 좋아서 했다는 것에 가치를 둔다. 이것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는 그녀.

앞으로의 이루고 싶은 꿈이나 희망에 대해 물었다.

“‘기억과 수면에 관한 인지신경심리학’이 저의 전공분야입니다. 근래에는 수면, 특히 수면부족의 심리적 영향 및 수면의 리듬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국내에는 아직도 수면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많이 부족합니다. 특히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수면부족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수면부족의 영향에 대한 연구와 함께 이에 대한 교육을 통해 우리 청소년들이 좀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성장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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