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시간을 거꾸로 돌릴 수만 있다면

김만수 기자
등록일 2009-02-18 16:10 게재일 2009-02-18
스크랩버튼
김만수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경북분원 주임교수

누구나 세상을 살다 보면 종종 “시간을 거꾸로 돌리고 싶다”는 생각에 빠져들 때가 많다. 그때는 미처 몰랐지만 나중에 돌이켜보니 자신의 인생을 판가름한 중요한 결정이나 판단이 잘못되었다고 느껴질 때 더더욱 그러하다.

다소 부질없는 생각일는지 모르지만, 곤히 잠든 아내를 물끄러미 쳐다보다 말고 ‘만약 저 사람이 나를 만나지 않았거나 내가 저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과 결혼했더라면 지금 쯤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에서부터 ‘첫 사랑이 만약 실패가 아니라 성공으로 어어 졌더라면…’ 또 어떨 때는 ‘직업이나 취미 활동을 지금과 전혀 다른 것으로 택했더라면 어떠했을까?’ 그리고 어느 날 출장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만약 다음 열차나 비행기를 탔더라면 과연 내 운명에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시간을 거꾸로 돌려 차라리 어린 시절부터 다시 시작 할 수 있다면 지금보다 훨씬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을 텐데’ 등등…. 누구나 세상을 살면서 한번쯤은 이런 상상에 빠져들 때가 있기 마련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일이지만, 기왕에 태어날 바이면 좀 더 좋은 가정환경과 집안과 나라에서, 차라리 그것도 아니면 시대를 초월하여 조선이나 고려, 삼국 시대에 태어났더라면, 그리고 내가 지지한 후보가 시장이나 군수,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에 차라리 당선되지 않고 낙선 되었더라면, 또는 낙선되지 않고 당선 되었더라면 내 운명은 어떻게 되었을까?

역사는 또 어떠한가. 가령 라당동맹이 없었더라면 신라가 삼국을 통일하기란 어려웠을 것이고 그렇다면 삼국은 어떻게 되었을까? 만약 이성계가 위화도에서 회군을 하지 않았더라면 과연 고려왕조는 이어 졌을까? 또 세종이 왕위를 계승하지 못했다면, 그리고 왕은 되었지만 한글을 창제하지 않았더라면 우리 문화는 어떻게 되었을까? 만약 구한말에 이완용이 을사조약·한일합병서에 서명하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해방 후 남한에 단독정부가 들어서지 않았더라면, 또 김일성이 동족상잔 6·25를 일으키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리고 역사를 움직인 무수한 위정자들의 결정과 판단을 다시 되돌려 ‘없었던 것’으로 한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상상해 보면 사뭇 재미도 있지만, 때로는 섬뜩할 때도 있다.

물론 세상살이에 ‘만약’이 어디 있겠으며, 이미 지나간 과거를 ‘현재로 돌릴 수 없을까?’라는 생각을 하는 자체가 부질없는 생각이겠지만,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진로 문제나 직업, 배우자나 주거지 등 중요한 선택의 귀로에서 만약 다른 결정과 판단을 내렸더라면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었을지도 모르는 결정은 누구에게나 반드시 존재한다.

특히, 필자의 직업상 평소 어린 아이 선거에서부터 각종 사회단체장 선거, 공직 선거에 이르기 까지 일반인들에 비해 후보자들과 가까이 접할 기회가 많은데 가끔씩 보면 주위 사람들과 가까운 지인들의 간곡한 만류에도 불구하고, 간신배들의 감언이설에 귀 먹고 자신의 착각에 눈 멀어 오만과 오기로 선거에 출마했다가 낭패를 당한 후에야 비로소 “그 때 누구 말을 들을 걸, 괜히 내 고집 부리다가 이 무슨 망신인가?” 땅을 치고 통곡하는 경우를 무수히 보아왔다.

며칠 전에는 대학 진학문제로 골머리를 싸매고 있던 딸아이가 결국 자신이 원하던 대학을 가지 못하자 밤새워 흐느끼며 후회의 눈물을 머금는 모습을 보면서 이미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평소 아직 세상을 잘 알지 못하는 딸아이에게 부모이기 이전에 인생 선배로서 ‘인생의 황금기인 대학시절을 어떤 지역, 어떤 학교에서 누구와 함께 했느냐에 따라 배우자에서부터 인생의 좌표가 달라 질 수 있으므로 고교 시절이 매우 중요하다.’는 인간적인 대화나 조언을 진솔하게 나누지 못했던 자신이 원망스럽게 느껴졌다.

시간을 거꾸로 돌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이미 지나간 시간은 과거일 뿐이고, 다시 되돌릴 수 없다는 점이다. 그러나 지나간 과거를 다시 돌릴 수는 없다 하여도, 그리고 그 같은 발상 자체가 부질없다 하여도, 우리에게 그 같은 상상이 필요한 것은 개인이든 국가든 잘못된 전철을 답습하지 않고, 어떤 일을 계획하고, 판단하고, 선택하고, 결정하고, 실천함에 있어 이만한 명약이 없기 때문은 아닐까?

바라건대 지금 이 결정과 행동이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고, 훗날 후회로 남지 않도록 옷깃을 여미고 한번 더 남의 말에 귀 기울이고, 생각에 잠겨 봄은 어떨는지….

종합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