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된 민간요법 중에 엄마의 부드러운 약손이 아기의 통증을 순식간에 사라지게 한다는 요법이 있다. 그동안 확실한 기전이 밝혀 진 것도 아니지만 수많은 어머니가 이러한 신통력을 발휘하며 살았다.
나중에 밝혀진 기전으로 엄마의 약손은 쾌감을 느끼게 하는 신경을 자극하기 때문에 이러한 효과를 나타내며, 이 신경을 학자들은 애무 신경이라고 표현한다.
이러한 애무 신경을 이성 간의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응용해 봄직도 하다.
▲ 신속히 전달하는 유수초 신경
우리가 차가움을 느끼거나 꼬집히면 아프다는 것을 아는 신경을 지각 신경이라고 한다. 만진 물건의 상태나 형상 또는 통증을 뇌로 전달하는 신경이다. 이러한 지각 신경은 그 핵심에 있는 신경인 축삭(엑손)이 지방질 수초(마이엘린 수초)로 둘러 싸여있다. 이 수초는 젤리모양을 하고 있는 전기적인 절연체로 마치 전기를 통하는 구리선을 두터운 기름칠한 테이프가 둘러싸고 있는 모습과 같다. 이러한 수초로 둘러싸인 신경은 무수초 신경에 비해 신경 전달 속도가 매우 빨라 1초에 약 60m의 속도로 정보를 뇌에 전달한다.
▲ 늦지만 특별한 감각을 전달하는 무수초 신경
한편, 마이엘린 수초로 둘러싸여 있지 않은 벌거숭이 신경이 있다. 이러한 신경을 무수초 신경이라 하며 무수초 신경은 신경전달을 1초에 1m 정도밖에 전하지 못하는 매우 느린 신경이다. 그러나 애무와 같은 사랑의 손길은 신경전달 속도가 빠른 유수초 신경은 전혀 이용하지 않고, 전달 속도가 느린 벌거숭이 무수초 신경을 이용한다. 이러한 무수초 신경은 무의식적으로 접촉하는 미약한 자극만을 전달하는 신경으로 지금까지는 그 존재 목적을 몰랐었지만, 쾌감을 전달해 주기에 애무 신경으로 표현하는 학자들도 있다.
▲ 쾌감 호르몬 분비를 위한 무수초 신경
무수초 신경을 애무 신경이라 하는 이유는 살살 어루만지는 애무의 손길은 무수초 신경을 타고 서서히 뇌에 도착한다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뇌는 섬세한 애무일수록 쾌감 호르몬이라고도 하는 옥시토신을 더 많이 분비한다. 자궁을 수축하고 유방을 수축하기도 하는 옥시토신은 아기를 낳기 직전에 있는 진통을 촉진하는 약물로도 사용되는 호르몬 물질이며, 동시에 쾌감을 자아내는 행복 호르몬이기도 하다. 이러한 쾌감을 전문으로 하는 애무 신경은 주로 털이 있는 피부에 많이 분포되어 있음도 밝혀졌다.
▲ 무수초 신경을 이용한 애무의 테크닉
어머니의 손길은 한없이 평온하고 아버지의 안수는 가슴 뿌듯하게 하며 애무는 지고의 쾌감을 준다. 하지만, 애무는 살살 만질 듯 말 듯하라고 하지 않는가. 부드럽고 섬세하게 하므로 상대로 하여금 기대감과 초조감을 동시에 발생시켜 성적흥분을 고조시켜 나가는 애태우기 테크닉이 찬사를 받는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약간만 거칠어 져도 유수초 신경을 타고 뇌로 올라가 엉뚱한 반작용을 일으킬 뿐, 이보다는 미약한 자극으로 무수초 신경을 타고 전하게 하므로 더 낳은 쾌감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