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앞 문방구에 사행성 게임기가 등장하는 등 미니게임기가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
특히 이들 미니게임기의 상당수는 단순게임을 떠나 동전을 넣고 베팅을 해 상품권이나 코인을 받은 뒤 이것을 문구점에서 각종 물품과 돈으로 바꿀 수 있게 해 어린 학생들의 사행심을 조장한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30일 포항의 한 초등학교 앞.
오후 2시를 넘기자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우르르 학교 앞 문방구로 향했다. 10분도 되지 않아 아이들 대부분은 장난감이나 불량식품을 사거나 각종 게임기 앞에 모여들었다.
이 문방구에 설치된 게임기는 ‘가위 바위 보’를 해서 이기면 경품을 지급하고 있다는 것.
한 아이는 잠시만에 1천 원의 돈을 잃고 자리를 뜨면서도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예전에 주로 격투기 게임기가 자리잡았던 문방구 앞을 이제는 사행성 게임기가 점령하고 있는 것이다.
한 학생은 “친구들이 그러는데 게임을 해서 이기면 경품을 주거나 돈을 주는 문방구가 다른데도 있다고 했다”면서 “격투기 게임은 집에서도 할 수 있어 이제는 많이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피를 흘리거나 총을 쏘고, 칼이 난무하는 격투기 게임도 유해하다고 걱정이던 학부모들은 기가 찰 노릇이다.
이처럼 미니게임기가 난립하는 상황이 연출된 것은 지난 2002년 미니게임기 설치가 자유업으로 전환되면서다.
하지만 내년 8월부터 초등학교 앞 문구점 등에 미니 게임기 설치가 금지된다. 교육인적자원부는 '학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을 공포하고 내년 8월부터 학교 환경 위생정화구역내(학교 출입문에서 200m이내) 미니 게임기 설치를 제한키로 했다.
이 때문에 반짝 특수를 노린 업자들이 게임기를 무분별하게 설치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연일의 한 초등학교 앞 문구점은 최근 2대의 새로운 게임기를 설치하는 등 초등학교 인근 문구점들의 게임기 시장이 줄어들 줄 모르고 있다.
학부모 김 모(42·포항시 연일읍)씨는 “초등학교 주변에 사행성 게임기라니 말이 되느냐”라며 “하루는 아이가 학용품을 구입한다고 돈을 가져갔는데 빈손으로 와 다그쳐 물으니 게임하는데 돈을 썼다고 해 문구점에 항의도 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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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한기자 chah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