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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러기소리는 슬프지 않다

김기포 기자
등록일 2007-09-21 16:01 게재일 2007-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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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포 포항기계중앙교회 담임목사



기러기는 오리 과에 속하는 큰 물새다. 기러기는 가을에 왔다가 봄에 북쪽으로 떠나는 철새로 알려져 있다. 기러기는 항상 무리를 지어서 이동한다. 그리고 기러기는 머나먼 길을 날아갈 때는 꼭 V자 형태의 줄을 서서 무리를 지어 날아간다. 그 모습이 너무 정교하고 질서 있게 보인다. 사람이 선을 그어도 그렇게 만듯하게 긋지 못할 것인데 기러기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한 줄을 긋듯 V자 형태를 유지한다. 무리지어 이동하는 모습은 한 폭의 그림이다.


기러기 중에서 제일 선두에서서 길을 인도하는 기러기가 제일 힘들다고 한다. 그러나 제일 앞에 인솔하는 기러기가 그 무리의 지도자다. 그런데 그 지도자는 한 마리가 아니라 여러 마리로 구성된다. 어느 한 마리가 선두에서 날다가 힘에 지치면 또 다른 기러기가 앞으로 나서주고 그 기러기도 힘이 들면 또 다른 기러기가 앞서서 날아간다.


이처럼 기러기들이 V자 형태로 나는 것은 기러기들이 혼자 나는 것보다 무려 71%를 더 날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시 말하면 무리를 지어 날 때 자신의 생각보다 더 날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기러기는 날아갈 때 특별한 소리를 낸다. 그 소리는 먼 길을 떠나면서 부르는 노래다. 기러기가 소리를 내는 이유는 세 가지다. 한 가지는 우리가 이런 방향으로 날고 있다 라는 방향의 소리이고, 또 한 가지는 서로가 옆에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확인하기 위해서이고 세 번째로 서로가 노래를 불러주므로 선두에 서서 날고 있는 지도자 기러기에게 힘이 되기 위해서이다.


기러기는 의리가 있고 신의가 있다. 한 마리의 기러기가 대열에서 이탈하면 그 순간 그 기러기는 대기의 저항력을 느낀다고 한다. 그래서 기러기는 재빨리 대열에 합류한다. 이것은 앞서가는 새의 추진력에 도움을 받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리고 날아가던 기러기들 중 한 마리가 힘이 없어져 자꾸 뒤쳐지게 되면 다섯 내지는 여섯 마리가 같이 뒤쳐져서 그 한 마리와 같이 보조를 맞추며 끝까지 도와준다고 한다.


또 어떤 기러기가 병에 걸리거나 다리나 날개에 상처를 입어 대열에서 낙오되면 두 마리의 다른 기러기들이 그 기러기와 함께 떨어져 그 기러기가 지상에 내려갈 때까지 도와주고 보호해 준다. 두 마리의 기러기는 낙오된 기러기가 다시 날 수 있을 때까지, 아니면 죽을 때까지 함께 머물러 준다. 그런 다음에야 두 마리의 기러기는 하늘로 날아올라 다른 기러기들의 대열에 합류한다고 한다. 이렇게 기러기의 세계는 질서가 있다. 서로 신뢰하며 더불어 날아가는 것이 놀랍고 신비하다.


기러기는 흔히 신(信)으로 상징되는 새다. 어느 날 공자의 제자들이 스승인 공자에게 물었다. 나라를 다스리는데 꼴 필요한 세 가지를 든다면 어떤 것이 되겠느냐고 물었을 때, 공자는 대답하기를 신(信)과 식(食)과 병(兵)이라고 했다. 신(信)은 사람과 사람이 서로 신뢰하는 것, 식(食)은 백성들이 배불리 먹는 것, 병(兵)은 나라를 지키는 국방을 말한다.


또다시 제자들이 묻는다. 스승님, 그 세 가지 중에 한 가지를 빼면 어느 것을 빼야 됩니까.? 그때 공자는 병(兵)을 빼야 된다고 했다.


스승님 또 하나를 뺀다면 어느 것이 되겠습니까. 공자는 서슴없이 식(食)이라고 했다.


결국 인간세상에서 가장 소중해야 할 덕목이 공자는 신(信)으로 보았다.


모든 기러기는 자기들 세계에서 신을 생명으로 여긴다. 요즘 믿음이 부재한 시대다. 사람 사이에도 믿지 못해서 서로를 불신한다. 정치판을 봐도 믿음의 부재다. 신의가 없고 철새 청치인 들만 판을 친다. 교육을 봐도 신의가 없다. 스승과 제자사이에 신의를 잃어버린 지 오래다.


이제 완연한 가을이다. 문득 기러기를 통해서 사람이 기러기보다 못한 존재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문득 가을 하늘을 노래한 이태선의 ‘가을밤’ 노래가 생각난다.


“가을밤, 고요한밤, 잠 안 오는 밤, 기러기 울음소리 높고 낮을 때, 엄마 품이 그리워 눈물나오면 마루 끝에 나와 앉아 별만 샙니다”


지금도 기럭기럭 기러기들이 차가운 북쪽에서 내려온다. 그러나 저 기러기처럼 무리를 지어서 함께 노래를 불러주고 서로 의리와 신의를 지킬 때, 더 이상 기러기 울음소리는 외롭지 않을 것이며 귀뚤귀뚤 귀뚜라미 소리도 더 이상 처량하게 들리지 않을 것이다. 아직도 우리에게는 가야 할 길이 있고 지켜야 할 의리가 있고 함께 세워나가야 할 신의가 있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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